[주차전쟁]불법 방쪼개기에 주택가는 '끙끙'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백모(34)씨는 퇴근이 두렵다. 지긋지긋한 주차난 때문이다. 백씨가 사는 빌라엔 주차장이 없어 주변 도로나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거주자우선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은 모든 주차면이 배정 완료돼 선택지는 도로에 세우는 것뿐이다. 백씨는 “매일 동네를 2~3바퀴씩 돌아야 한다”며 “주차가 너무 힘들어 차를 팔아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건물에 수십 세대가 거주하는 원룸촌의 주차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9일 밤 9시 회기동 주택가의 도로와 골목 곳곳은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찼다. 건물 출입구 바로 앞에 주차 돼 있는 경우는 물론 좁은 길을 통째로 틀어막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날 밤 성동구의 한 대학가 원룸촌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골목마다 주차된 차들 때문에 차량 두 대가 마주보고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양 차 뒤로 여러 대의 차들이 줄지어 서로 비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뒤에서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원룸촌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이곳에 사는 대학생 자녀를 보러 왔다는 주모(55)씨는 “이 동네는 올 때마다 차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근처 쇼핑몰에 돈 내고 주차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은 아들한테 전해줄 물건이 무거워 골목으로 들어왔는데 주차하고 빠져나가는 데 시간을 다 뺏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원룸촌의 주차난은 주택법을 지키지 않은 건물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방쪼개기’다. 방쪼개기는 건축법상 승인받은 구조물을 변경 ·사용하는 것으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세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편법이다.
주택법 제27조에 따르면 주택은 세대당 주차대수가 1대(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에는 0.7대)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원룸형 주택은 세대당 주차대수가 0.6대(세대당 전용면적이 30㎡ 미만인 경우에는 0.5대) 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법이 만들어진 것은 2010년으로 그전에 지어진 건물은 법적 제약을 받지 않았다. 또 2010년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더라도 건물주의 방쪼개기, 관할 구청의 느슨한 단속이 주차난을 가중시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방쪼개기 신규 적발 건수는 64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시정 완료된 건수는 342건으로 시정률이 52.7%에 그쳤다. 이 기간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1662건, 44억3846만8000원에 불과했다. 이행강제금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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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공인중개사는 “신축 원룸들은 주차장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단은 적은 세대 수로 준공을 마친 뒤 방을 쪼갠다”며 “이행강제금이 임대수익보다 훨씬 적고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건물주들은 사실상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처벌 규정이 있지만 행정 단속이 느슨한 것이 가장 문제”라며 “단속을 강화한 뒤 처벌을 강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짓는 건물들에 대해서도 꼭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해야만 더 심한 주차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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