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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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tvN의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은 대중 인문학의 유행에 편승한 교양 프로그램이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출연한다. 우리네 인생을 포괄적으로 감싸고 있는 지식을 쉽고 친근하게 전한다. 역사, 심리, 과학, 예술, 경제, 의학 등이다. 제작자인 이명한 tvN 본부장은 "이 시대의 불안한 어른들과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 책은 그동안 방영된 주요 강의들을 엮었다. 강사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대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등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다가올 날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어른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우리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스트레스가 어디에서 오는지', '나답다는 것이 무언인지' 등이다.

텔레비전으로 본 것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강의를 종이에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다. 강사들의 말맛이나 음악, 자막 등이 생략된 공백을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않는다. 내용을 뒷받침하는 통계 등의 자료도 없다. 그래서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게 만드는 함정이 곳곳에 있다.

김경일 교수는 '우리는 얼마든지 지혜로워질 수 있다'에서 두 가지 게임을 소개한다. 1조원을 딸 확률이 100%인 A와 1조원을 딸 확률이 89%, 5조원을 딸 확률이 10%, 아무것도 따지 못할 확률이 1%인 B다. 그는 "모두가 A를 선택한다"면서 "1조원을 1000원, 5조원을 5000원으로 바꾼다면 대부분 B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 게임과 관련해 어떤 조사를 했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그의 주장은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1억원을 단돈 100만원으로만 바꿔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A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B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높다. 왜 우리는 돈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 아닌 '모험적'일까?"


위험한 규정은 메타인지에 대한 설명에서도 나타난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인식이다. 김 교수는 "지금껏 당신이 평생 살아가면서 1만 번의 실패를 맛보았다면 그 중 절반은 자신의 메타인지에 속은 결과"라고 한다. "인간이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도 이 메타인지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가 고장이 났을 때 대처법을 거론한다. "남자들은 자신 있게 보닛을 열어본다. 금방이라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아채고 고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의 주장과 달리 세상의 하고많은 남성들은 보험사에 먼저 연락을 한다. 그의 지인들만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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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이 낮은 주장은 김미경 강사의 '나 데리고 사는 법'에서도 발견된다. 그는 실패에서 경험하는 오차가 다른 것을 하라는 '가이드 메시지'라고 역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면 이를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는 가이드 메시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면 다른 일을 해보라는 가이드 메시지를 받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건보다 나만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역설. 좋다. 하지만 이것저것 도전하다가 그르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빠른 포기를 종용하는 느낌까지 준다.


벤치마킹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또한 다르지 않다. "그 핵심을 따라 한다고 내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독자를 설득하는데, 벤치마킹은 복제나 모방과는 다른 개념이다. 경쟁기업이나 선도기업의 제품을 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단점을 분석해 자사의 제품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전략을 포기한다면, 과연 어떤 기업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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