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법원 "짝수달 상여금, 통상임금 아냐" vs 하급심 "맞다"…혼란과 부담은 기업몫
-2013년 대법원 통상임금 기준 이후 판결 혼란 계속
-만도, 1심서 승소했다가 2심서 패소
-1심은 짝수달 통상임금 아니다vs2심은 맞다
-자동차업계 위기 속 2천억원 부담 우려…만도 "상고할것"
-기아차도 1심서 패소해 1조원 충당금 쇼크…3분기 10년만에 적자
-엇갈린 판결에 기업경영 차질…위기의 車산업 절벽 아래로 내몰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통상임금 소송이 진행중인 기업들이 하급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로 혼란에 빠졌다. 짝수달에 받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를 놓고 대법원은 통상임금 아니라고 판결하며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하급심에서는 통상임금이 맞다며 엇갈린 판결을 내놓아 기업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만도의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만도는 2014년 노사간 합의로 일부 상여금을 기본급화 하는 대신 야간근로 및 연차수당 할증율 등을 현행법대로 조정하는 방식 등의 임금체계 개편으로 2015년 이후의 통상임금 미래분에 대해 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만도 일부 기능직 직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월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부는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놨다. 지난 8일 서울고법 민사2부는 만도 근로자 42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 수당을 다시 산정해 달라"며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선고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청구한 21억7864만여원 가운데 총 16억644만여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할 추가 임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상여금 중 짝수달에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법정 수당은 새로운 통상임금 액수에 따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다만 설, 추석 등 명절에 지급한 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가 통상 예상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넘어 회사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측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임금 추가에 따른 법정 수당의 재산정 규모는 회사의 재정 상태, 단체협약 등에 비춰볼 때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회사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어려운 정도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은 짝수 달과 명절에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는 엘리베이터 설치업체 직원 김 모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내면서 "짝수 달과 명절 등 특정 지급기준일에 재직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요구되는 고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이런 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성과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법원마다 다른 것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한 기준이 해석에 따라서는 하급심에서 판결이 다르게 나올 수 있게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했지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기존에 노사가 합의했고, 추가 임금 청구가 개별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줄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노사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합의에 반발한 근로자가 소송을 내고 하급심의 판결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기업경영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재무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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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경우 노조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한 상태지만 1조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느라 지난 3분기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만도의 경우 2심 패소가 확정될 경우 이로 인한 실제 부담금액은 한해 연구개발 투자 규모인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만도는 최근 경영여건에 비추어 추가 법정수당 등을 지급할 경우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그간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 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이 대거 진행 중인 자동차업계는 경쟁국 대비 고임금에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 수출·내수·생산 등의 전반적 위기 상황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추가적인 막대한 임금 부담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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