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사드 추가배치 배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거부 등 3불(不) 정책을 공표했다. 이 내용은 오랜 동안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그렇지만 외교부 장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정리해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역시 한중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불편해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방문을 앞선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과감하게 한국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미국에게 중요한 국가다. 특히 한미일 동맹구조는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를 운영함에 있어 핵심가치 중의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한미일 동맹구조에서 이탈해 중국에 보다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가 바로 한국의 레버리지다.
미국에 대해 '전쟁하지 말아달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불편한 부탁을 하기 보단 한국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한미일 동맹구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끌어안는 일을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군사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위험한 발언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절묘한 한 수였다. 한중관계도 복원 과정에 들어갔고,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에 대한 우려도 일단 수그러들었다.
안보 문제를 포함한 국제관계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국익이 가장 우선시될 뿐이다. 더욱이 한반도는 중국을 비롯해서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극진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말을 안 해도 다 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그 어느 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어느 나라에도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성숙함을 기대해 본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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