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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의 전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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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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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과 제주가 다시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일 듯하다. 사드 배치 이후 2년 가까이 소원했던 한중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감안할 때 다행스런 일이다. 2016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5.1%였다. 무역흑자도 374억 달러로 단연 으뜸이다. 내수시장 역시 중국의 관광객은 물론 중국기업의 투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듯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역시 높아진 상태에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제제재는 많이 아팠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중은 외교 고위채널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합의를 했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사드 추가배치 배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거부 등 3불(不) 정책을 공표했다. 이 내용은 오랜 동안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그렇지만 외교부 장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정리해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역시 한중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불편해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은 한국, 중국, 일본과의 경제교류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다. 미국의 군사력을 이용하는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을 압박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은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항상 한중관계와 한미관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의 무력감은 더해갔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려한 대북 군사옵션 언급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적 압박보다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전략자산의 한국 판매 등에 주력했다. 당초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해 3불 정책을 공식화한 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우려하는 대목이었지만 전혀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방문을 앞선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과감하게 한국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미국에게 중요한 국가다. 특히 한미일 동맹구조는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를 운영함에 있어 핵심가치 중의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한미일 동맹구조에서 이탈해 중국에 보다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가 바로 한국의 레버리지다.

미국에 대해 '전쟁하지 말아달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불편한 부탁을 하기 보단 한국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한미일 동맹구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끌어안는 일을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군사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위험한 발언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절묘한 한 수였다. 한중관계도 복원 과정에 들어갔고,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에 대한 우려도 일단 수그러들었다.
이 시점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경험했던 사례를 명심해야 한다. 당시 한국은 흑자도산을 눈앞에 두고 단기 자금이 필요했고, 김영삼 정부는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일본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개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순간이었다.

안보 문제를 포함한 국제관계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국익이 가장 우선시될 뿐이다. 더욱이 한반도는 중국을 비롯해서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극진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말을 안 해도 다 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그 어느 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어느 나라에도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성숙함을 기대해 본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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