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대해부]"경영진의 사외이사 포획, 지배구조 개선 걸림돌"
방패막이·로비스트로 고용
무용지물 거수기 이사회 전락
'노동자 추전 이사제'도 대안
"많은 사외이사는 포획(capture)되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 사외이사들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독립성을 위한 형식적인 장치들을 갖췄지만 실질적인 사외이사 선임권은 여전히 경영진에게 있다는 시각이다.
전 교수는 "경영진이 원하는 역할이 '방패막이'라면 방패막이가, '로비스트'이면 로비스트가 고용된다"고 말했다.
'거수기 이사회'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기획취재팀이 조사한 결과,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1700여건의 안건 중 부결이나 보류는 단 8건(0.45%)에 불과했다.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법조, 정부부처, 학계 출신 인사가 각각 3분의 1가량씩을 차지하고 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있는 이유는 전문적인 조언을 하기 위함이지만 경우에 따라 과거 근무했던 기관에 대한 로비스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퇴직 공직자에 대한 공직자 윤리법이 탄생했지만 '허수아비법'이 된 것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관련 조항은 국무위원ㆍ국회의원ㆍ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등은 퇴직일부터 3년 동안, 퇴직 전 5년 동안 속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한데, 불승인되는 경우가 드물다.
전 교수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짬짜미'를 막기 위한 궁극의 해결책은 소송이라고 봤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말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전 교수는 또 법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함께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제시했다. 그는 "짬짜미를 고발할 수 있는 이질적인 이사의 투입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며 "물론 그들도 짬짜미를 할 수 있겠으나 그 다음에는 노동자들의 추천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벌 계열 금융기관의 계열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전 교수는 "민간 펀드들이 재벌 계열의 대규모 생명보험사 돈을 받아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 교수는 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연금 수급권자의 이의제기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 운용자가 주주권을 엉망으로 행사해서 연금 수급권자 이익을 훼손할 때 국민들이 이들을 상대로 액션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임명권자 눈치만 보지 않고 최소한의 양식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배구조 문제로 기업을 옥죄면 해외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 경영이 엉망이면 국내 기관투자자도 공격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제 역할을 못해서 해외 펀드만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자본시장 참가자 모두가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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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 확대와 관련한 '연금 사회주의' 비판에 대해서는 연금이 사회적 책임이 아닌 스스로의 권익 보전을 위해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연금은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처럼 싫으면 팔고 떠나기가 어렵다. 연금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라 연금 이기주의다. 국민들은 연금이 돈 낭비하기를 바라겠는가, 알뜰히 보전받기를 바라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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