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생태계가 유니콘 키운다]<3>공정한 M&A·쉬운 IPO로 투자금 회수 생태계 키워야
자금 회수시장 활성화되면
예비창업가들에 동기부여
대기업의 기술·인력 탈취 등
불공정행위 엄두 못내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시행해야
M&A세제혜택도 필요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벤처도 돈 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화장품 제조사 제닉 유현오 전 대표의 일갈이다. 제닉은 벤처업계의 성공적 회수 사례로 꼽힌다. '하유미 마스크팩'으로 유명해진 이 회사는 매출 1000억원, 시가총액이 4000억원을 넘었다. 유 전 대표는 '닮고 싶은 창업가 롤 모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보유 지분을 약 700억 원에 반도체 전문기업 솔브레인에 매각했다. 이후 유 전 대표는 한양대학교 창업융합학과 교수로 예비창업가 양성에 나서고 있다.
유 전 대표는 "벤처를 성장시켜 경영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한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술 개발과 산업 태동 주기가 빨라진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특히 더 인수합병(M&A)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벤처를 하면 큰 돈을 벌어 회수할 수 있다'는 유인이 있어야 인재가 벤처로 몰린다"고 강조했다.
벤처 생태계에는 '회수'라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회수 시장(Exit Market)은 창업기업에 투자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벤처로 들어온 자금이 기업을 왕성하게 키운 뒤 더 큰 규모로 확대돼 창업가ㆍ투자자에게 되돌아 가는 경로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회수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창업가에게는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창업인은 다시 더 큰 규모의 창업에 나서거나 후배 창업인을 양성하는 투자자로 변신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회수 방법으로는 M&A(기업 인수합병)와 IPO(주식공개상장)가 꼽힌다. 그렇다면 한국 회수시장 사정은 어떨까. 벤처기업이 창업 후 상장(IPO)에 성공하는 기간은 평균 10년인데, 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2배 수준이다. 기업공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매출과 실적 등을 시장에 확실히 증명해야 하는 것인데, 기술력으로 '가능성'만 인정 받는 경우가 흔한 혁신벤처는 "IPO를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셈이다.
특히 M&A 시장은 더 심하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의 M&A를 통한 회수비율은 2012년 1.0%, 2015년 1.5%, 2016년 3.1%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약 80%가 M&A로 회수하며, 유럽도 10%에 이른다.
회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한국 M&A 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 봐야 한다. 대기업이 유망한 벤처기업을 M&A하여 기술을 확보하고 차세대 사업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 대기업들은 '굳이' M&A를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벤처기업의 기술을 '빼앗으면' 되기 때문이다. 바로 대기업의 기술ㆍ인력 탈취 문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기술ㆍ인력 탈취 등 불공정 행위를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실효성있게 시행해야 한다"며 "시장에 강력한 신호와 상징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 M&A 활성화를 통한 벤처창업 활성화는 결국 대기업의 '사업 윤리'와 직결되는 사안인 것이다.
물론 '규제 빗장' 때문인 측면도 있다. 현행 제도상 인수합병된 벤처기업은 대기업 계열사나 관계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조달시장 공공구매 입찰자격이 박탈되고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수출ㆍ판로ㆍ세제지원 혜택에서 제외된다. 벤처기업으로서의 연속성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M&A를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게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M&A 세제혜택도 필요하다. 기술혁신형 M&A 세액 공제율을 현행 10%에서 20~30%로 늘리는 세제혜택 등이 거론된다. 유 교수는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은 M&A 시장이 활성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보완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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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ㆍ근로자들이 M&A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 벤처기업 대표는 "피인수는 즉 고용 불안을 의미하는 등 과거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우수 벤처기업을 제값에 인수하는 '훌륭한 구매자' 역할을 할 때 벤처 생태계는 풍성해진다.
이에 정부는 창업 기업이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현재 규정상 ▲시가총액 500억원 ▲연매출 30억원 ▲최근 2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등 조건을 모두 갖춰야 상장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2월 '코스닥 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국장은 "기술력 등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중심으로 상장기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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