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보호 위해 채워진 사외이사들, 독립적 견제 기능 상실
감시·조언 본연의 업무 '조력자' 대신 '대관 로비스트'로 전락
美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대부분 경영 이해 높은 퇴직 CEO
韓도 후보추천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 독립성 개선해야


[기업지배구조 대해부]사외이사, 미국은 경영조언자 한국은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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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거수기'혹은 '방패막이'로 상징되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들로 채워진 이사회에 본연의 감시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부실 경영과 대주주의 전횡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1999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는 독립적인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을 보면 법적인 요건을 갖췄지만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법조계 주요 요직이나 정부 고위 관료 출신, 교수가 전체 사외이사의 3분의 1씩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100대 기업 이사회 전체 안건 중 부결이나 보류 건수는 0.45%에 그쳤다.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상법 개정 이후 국내 사외이사 후보군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학연, 지연 및 정치적 관계 등에 얽매인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충분한 독립성을 갖춘 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외이사 기준으로 무엇보다 경영에 대한 이해도를 따지는 미국의 경우, 대부분 은퇴한 CEO들로 채워진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는 "미국의 이사회가 전향적이라면 한국 이사회는 방어적"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 이사회에서는 조력자 효과가 발휘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사외이사들에게는 경영에 대한 조언보다 다른 방면의 조언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사외이사 본연의 업무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조언인데 우리나라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그보다는 '로비스트' 역할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법조 출신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기업이 소송에 휘말릴 경우 등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도 하지만 초점은 '대관 로비'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정부부처나 검찰 출신 사외이사들은 관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야할 때나 수사를 받을 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앤장 출신이 많은 것과 관련해서는 "김앤장 출신들은 사외이사가 아니라도 어떤 자리에든지 앉히고 싶어할 것"이라며 "사외이사로 영입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김앤장 입장에서도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등을 통한 지배구조개선은 기업이 스스로 나설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형석 부연구위원은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 기업지배구조 세부 평가항목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 기업은 자발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기업가치를 15.6%포인트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업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자발적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의 감시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교수는 "미국은 대부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데 미국 회사법에 강제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암묵적인 압력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사회 의장을 CEO가 맡는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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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 보다 큰 책임을 지우기 위해 경영판단의 원칙에 제한을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인 교수는 "해외에서는 중요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미국 법원에서는 신의성실 의무가 결여돼 회사만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보면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라고 말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성실하게 검토해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으로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그것이 결과적으로 적절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기획취재팀(박철응ㆍ임혜선ㆍ박나영ㆍ권성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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