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칼럼]기후변화 아직 절망할 필요 없다
미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허리케인과 아시아 일대의 홍수를 겪으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종말론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후 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기후 변화를 막는 일은 시장의 힘을 빌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록키마운틴 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유지하더라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서 속도를 낼 경우 파리기후협약 목표(산업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 이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는 이미 청정에너지, 전기차, 스마트 그리드로 전환을 시작했다. 전환의 속도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1980년대에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는 2000년까지 미국 내 90만대의 휴대전화 이용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실수를 한 예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예측이 현실을 못 쫓아가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를 예상했는데, 예상은 현실에 한참 못 미쳤다. 이들은 청정에너지가 매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청정에너지 산업은 혁신을 거듭하며 생산 단가가 대폭 낮아졌다.
정부의 예측이야 종종 틀리지만 청정에너지의 경우에는 예측이 과소추계 된 이유가 따로 있다. 오늘날 에너지 전환의 경우에는 신기술 적용의 수준과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다 석탄을 쓰게 됐을 때나, 석탄을 이용하다 석유로 에너지를 대체했을 때에는 석탄 탄광이나 유전과 석유 정제 시설 등을 필요로 했다. 이런 에너지 전환이 있을 때 필요로 하는 막대한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시장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한다.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는 한 나절이면 충분하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에너지, 스마트 전자 장비 등이 에너지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기기들은 비용이 비싸지 않은 데다, 투자 회수도 빠르다. 새로운 실험에 나서더라도 비용 역시 감당할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세계 시장을 상대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청정에너지 혁명의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탄광이나 원유정제공장보다는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청정에너지에 필요한 장비들은 장비 생산 등에 있어 신축성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파리협약에서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 줄여야 한다. 이 같은 변화 역시 가능한 일들이다.
농업에서 탄소 절감과 토지 보전 정책을 채택할 경우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지 않고 숲과 토양에 가둬둘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도 이미 존재한다. 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 재배, 지속가능 농법인 영속농업, 습지관리 개선, 순환 방목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의 청정에너지로 전환과 농업 방식의 변화 등이 이뤄낸 성과는 뛰어났다. 하지만 이번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은 우리에게 보다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프레임과 인센티브 제도의 변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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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때문에 절망하지 말자. 기후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고,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율레스 코르텐호스트 록키마운틴 연구소 CEO
@Project Syndicate 번역 :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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