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디스나 피치가 북핵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미동맹이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되고 있다. 북핵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또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불안하더라도 사실 한미동맹만 굳건하다면 우리 안전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경제분야는 안보분야와 다르다.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안보보다 경제가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사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산층 붕괴, 양극화, 청년실업, 고용없는 성장 등 선진국 경제가 공통으로 직면한 어려움이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상당한 부를 제공했지만, 불평등한 분배도 가져왔다. 세계화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중산층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일자리가 줄고 대다수가 불만족스러운 경제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진보는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줄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선진국 국민들의 분노는 정권교체를 초래했다. 최근 10년사이, 거의 모든 선진국가에서 보수정권은 진보로, 진보정권은 보수로 교체됐다.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한 나라의 처방으로 해결될 리 없다. 급기야 극약처방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등 세계경제 구조로부터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국수주의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세계경제와 담을 쌓고 살 수 없다. 하물며 대외의존도 100%의 한국에게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J노믹스를 추진하고자 한다. 인위적으로 국민들의 소득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그러면 생산이 늘어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나 양극화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세계적으로 적용되거나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지만 비슷한 접근으로 과거 일본 민주당 정부의 경제정책을 들 수 있다. 2009년 54년만에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뒀다. 민주당은 국민들에 대한 과감한 직접지원 확대를 핵심과제로 삼았다. 아동 1인당 30만원의 수당을 중학교 졸업 때까지 제공하고 공립고교 교육의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복지지원 확대 등을 통해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국민들의 실질 임금을 올려 민간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생산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민주당은 증세 없이 168조의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결국 소비세 인상 등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정부의 경제성장이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소득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인들은 노후 불안으로 돈을 쓰지 않았다. 이 점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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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통적 일지리가 붕괴하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평생 13번 일자리를 바꿔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빠르게 학습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국민세금으로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문교육를 강화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대정신임을 인식해야 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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