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한 번 피운 적 없는 도화마을
 강 쪽으로 기운 경사진 길과
 복사나무 한 그루 없는 도원마을
 옛 철길이 서로 이웃해 있습니다.
 길과 길들은 서로 닮았다고 통한다고
 언제부턴가 말문을 텄습니다.
 낮엔 기진해 있다가 달빛 따라 꽃 피우는

[오후 한 詩]달맞이꽃 핀 4/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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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맞이꽃들이 서로의 가슴에 달린
 노란 단추를 장난처럼 눌러 대며
 간지럼 태우며 웃고 웃깁니다.
 꽃길이 더욱 환한 밤입니다.
 산책객들의 발길을 따라서
 깔깔거리는 그 소리가
 저 아래 구화학교 앞마당까지 내려갑니다.
 그리곤 운동장 가
 더듬더듬 혀 짧은 또 다른 꽃들의
 말문을 트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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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아름다운 시다. 강 옆으로 철길이 있고, 그 강과 철길을 사이에 두고 "도화마을"과 "도원마을"이 이웃하고 있나 보다. 그런데 마을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도화마을"은 "복사꽃 한 번 피운 적 없"고, "도원마을"엔 "복사나무 한 그루 없"단다. 좀 멋쩍다 싶긴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복숭아꽃이 못내 그리운 봄을 지나 여름이면 달맞이꽃들이 밤마다 길을 따라 노란 웃음들을 까르륵 터트리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달맞이꽃들이 밤새 "깔깔"거리던 "그 소리가" "구화학교 앞마당까지 내려"가 아이들 입에서 방긋방긋 "또 다른 꽃들"을 틔우니 이보다 더 다정한 정경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군말 하나 잇대자면, '구화(口話)'의 같은 말은 '시화(視話)'인데, 난 괜히 '시화(視花)'라고 곁에 적어 두고 이 시를 한참 다시 읽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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