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화이부실 시진핑의 중국몽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를 맞은 중국 당국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 현대화의 경로를 개척해왔다"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방안'으로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세계 다른 나라에 개혁개방 40여 년간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였다. 닝지저(寧吉喆)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사흘 뒤 열린 전국대표대회 부대행사에서 중국의 방안에 대해 "국내 현실에서 출발해 탐색해낸 발전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그간 빈곤 퇴치, 소득 향상, 경제 성장에서 거둔 성과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다카하시 요이치 가에쓰대학 비즈니스학부 교수가 쓴 '화이부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이 통계를 그대로 믿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중국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며 세계 경제의 앞날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처럼 2015년 여름부터 시작된 중국 주식시장의 혼란은 여전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 실물경제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러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중앙집권적인 통계 체계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얼핏 효율적으로 보이나,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비판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시장경제의 비율이 높아서 통계 조작으로 이득을 보기 어렵다. 관료들이 내놓는 분석이 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통계 조직이 분산돼 있어 누구나 각종 통계를 비교 및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시스템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화이부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위조 통계의 위험이 여전한 중국 경제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다. 화이부실(華而不實)은 '좌씨전'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라서 시 주석의 자신감 피력을 정면으로 겨냥한 느낌을 준다. 비판하는 논거의 핵심은 통계 조작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중국 내부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07년 9월 다롄에서 한 '제1회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경제통계나 지표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랴오닝성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마찬가지"라며 "내가 신뢰하고 확인하는 통계수치는 전력소비량, 철도화물운송량, 은행융자액 세 가지뿐"이라고 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은 2010년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위조 통계는 2015년 GDP 성장률 6.9%다. 무려 25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로, 중국 정부가 설정한 'GDP 성장률 7%'를 2년 연속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국 BBC 뉴스는 '중국의 성장률, 당신은 이 수치를 신뢰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 경제학자의 견해를 꽤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7%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정치적 판단의 기본 배경은 시 주석이 2012년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수치다. "2020년까지 GDP와 국민의 평균 수입 수준을 각각 2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산정기준은 2010년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7%의 성장이 필요하다.
다카하시 교수는 "시진핑뿐 아니라 중국인의 사고방식에서 체면은 대단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기가 나빠지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연평균 7%의 성장이 중국 정권의 지상명령이 되어버렸다"고 썼다. 실제로 부담을 느꼈던 것일까. 시 주석은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GDP 목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구체적인 수치가 들어갈 만한 내용을 모두 생략하고, 다소 모호한 샤오캉(小康ㆍ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 경착륙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발언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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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샤오캉을 전면에 내세운 건 중국 당국이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먼저 고소득층부터 부유하게 만들겠다'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부유한 사람이 부유해지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부가 흘러들어간다'는 경제이론이다. 그러나 정책을 실시하고 빈부격차는 크게 벌어졌으며, 이는 사회불안의 요인으로까지 대두됐다. 경제성장이 계속된다면 돈이 회전해 국내의 불만을 누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저소득자 보호대책을 시행해 미연의 사태를 예방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혜택을 입지 못한 사람에게 언젠가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어려운 상황을 인내하는 힘이 된다. 그런데 이런 선심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 경제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으며, 성장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 계획경제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자유시장경제에 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를 "국민의 눈을 속여 온 위조 통계의 한계"라고 정의한다. "이대로라면 시장경제의 은총을 입지 못한 '패배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용암처럼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항간에 '중국붕괴론'이 파다하게 퍼져 있지만, 다카하시 교수는 중국 경제가 단순하게 붕괴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 공산당의 일당 독재체제에서는 위조 통계 등을 구사해 어떻게든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 하지만 소규모 분화가 대폭발로 이어질 즈음 전 세계가 리먼 사태 또는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한다. 이미 소규모 분화는 시작됐다. 2015년 나타난 중국경제의 붕괴 조짐이 이듬해 전 세계의 동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요인으로 원유가격 하락이 거론됐지만, 이 또한 중국의 석유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받았다. 원유, 철광석 등의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면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자원수출국의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제 무역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다카하시 교수는 "중국에 깊이 관여한 나라일수록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대중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그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묵시록으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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