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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역설…'포스트 차이나' 시동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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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중국 시장 의존 벗어나 시장 다변화
안일하게 여겼던 '포스트차이나' 전략 가속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우리나라 기업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이하 사드)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포스트차이나' 전략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과 잠재 구매력이 큰 인도와 브라질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사드 보복이 역설적으로 '포스트차이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 한화케미칼, 중국 막히자 인도 공략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올해 1월 인도 뭄바이에 고부가 화학제품인 CPVC (염소화폴리염화비닐)전담 영업팀을 파견했다. 열 달 째 인도에 머물고 있는 영업팀은 배테랑 영업담당 전무와 CPVC를 개발한 연구원까지 포함해 4명으로 꾸려졌다.

CPVC란 범용제품인 PVC(폴리염화비닐)의 성능을 개선해 열과 압력, 부식에 견디는 성질이 높여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용이나 산업용 특수 배관에 널리 쓰인다. CPVC영업팀은 인도 정부로부터 제품 성능 인증을 받고 판매처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중국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무부는 한화케미칼이 수출하는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70%가량을 중국에 보내고 있다. 다음달 발표될 조사 결과에 따라 수출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더이상 중국에 목을 매선 안된다고 판단한 한화케미칼은 신제품인 CPVC를 가지고 곧바로 인도로 향한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제품이 역설적으로 사드 때문에 신시장에서 빛을 빨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라며 "중국의 보복은 언제든 위험이 닥칠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교훈도 줬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브라질ㆍ인도, LG화학은 유럽으로
▲현대제철 당진 생산기지 안의 제2냉연공장. 작년 2월부터 고급차 강판 신규설비(No.2 CGL)가 가동되며 고급차에 쓰이는 초고장력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 생산기지 안의 제2냉연공장. 작년 2월부터 고급차 강판 신규설비(No.2 CGL)가 가동되며 고급차에 쓰이는 초고장력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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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차 강판을 납품하는 현대제철도 사드 사태 이후 인도와 브라질로 차강판 수출량을 늘렸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가 인기를 끌면서 현대제철도 이들 국가에서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기준 차 강판 원료인 냉연 수출량 기준으로 서남아시아는 25.6%(7만8000t→9만8000t), 중남미는 31.4%(3만5000t→4만6000t) 증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대자동차 불매 운동이 시작되며 작년 3분기부터 중국 수출량이 빠지기 시작했고 미국에선 관세 폭탄까지 맞았지만 다른 나라에 수출량을 늘리려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인도에는 곧 자동차 강판 가공센터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한해 전기차 10만대에 들어갈 규모의 배터리 폴란드 공장을 신설해 201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사드 보복성 조치로 중국 남경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을 못 받고 있다. 중국 남경 공장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었지만 올해부터 재가동해 생산물량을 우리나라로 역수출 하고 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59.5%에서 올해 상반기 65%까지 올라갔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포트폴리오가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었는데 사드 사태 이후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며 "'포스트 차이나' 준비에 안일했던 산업계가 이번 계기로 수준이 한단계 더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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