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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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개다. 너 같은 XX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너 같은 XX는 개같이 모욕을 줘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가 수술 준비를 잘 못했다는 이유로 교수에게 들었다는 모욕이다. 빨리 대답을 안 한다고 10분 동안 욕을 하며 뺨을 치고, 감염병 환자를 드레싱하다 피 묻은 손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교수님도 있는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한 전공의는 "오늘은 교수님한테 한 대밖에 안 맞아 운수 좋은날"이라고 말했을까.


전공의 11명을 2년간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부산대병원 A교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난 24일 국감에서 A교수의 전공의 폭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전공의들이 겪고 있는 폭행·폭언·성추행 등 각종 인권유린 문제가 연일 조명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1768명에 대한 조사 결과 신체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이는 10.8%, 언어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34.1%로 나타났다.

사실 전공의들의 인권 유린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공의는 우리가 흔히 대학병원에서 접하는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 현역 의사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처한 인권 유린적 상황은 피해자 개인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 침해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집단적인 문제제기가 되기도 했고, 제도적인 해결책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이 악순환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피해자인 전공의들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교수에게 찍히면 전문의 취득도 난망할 뿐 아니라 개원하거나 병원에 취업할 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현장 저항도 못하고 사후 문제제기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대 병원의 경우도 실제로 폭행을 당한 전공의 11명이 당시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또 A교수를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는 피해 전공의도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양심'에 따라 내부 고발 등의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헛된 일에 그치고 만다는 거다. 피해자 본인이나 동료 등 3자가 의사 가운을 벗을 각오로 고발하더라도 복지부는 병원에 폭행 가해자에 대한 해임 등 처분을 요구할 수 없고, 벌칙도 전공의법에 따른 정원 감축 정도에 그친다. 가해자에 대한 병원 차원의 처벌도 미비하다. 이렇다 보니 수련의 폭력 문제는 수면 밑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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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고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 지시에 따른 언론인 등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을 폭로했던 총리실 소속 공무원 장진수씨의 내부 고발이 철저히 짓밟혔던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장씨의 양심에 따른 용기있는 문제제기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은 침묵했고, 사법부에서는 증거인멸에 가담한 공무원으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언론·검찰·법원 등에 의해 장씨의 양심은 체계적으로 짓밟혔고 그 결과는 방송유린 등 처참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양심이란 무엇인가. 헌법상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내면의 소리"라는 게 헌법재판소의 정의다. 피해사실을 알리는 데만도 의사 가운을 벗어던져야 할 각오가 필요한 사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청년의 결단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서야 쓰것는가(되겠는가)?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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