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첫사랑/엄계옥
은행나무 가지 끝에
잡티 하나 없이 걸린 허공
그 위에 비행기 두 대
나란히 간다
검푸른 심연에
비행기 두 대가
긋고 간 두 줄기
평행선 길
그 길 사무친 지점에
희미한 낮달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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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는 쉽게 말해 대상들 간의 공통점을 찾아 적는 수사법이다. 대상들 가운데 실제로 표현하고자 하는 쪽을 원관념이라고 하고, 그 원관념이 잘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쪽을 보조 관념이라고 한다. 예컨대 이 시의 원관념은 제목인 '첫사랑'이고, 보조 관념은 시 전체인 셈이다. 곧 첫사랑은 "잡티 하나 없"는 허공에 난 비행운 "두 줄기"의 "사무친 지점"에 떠 있는 "희미한 낮달"과 같다는 것이다. 과감히 말해 특히 근대 이후의 제반 학문은 비교와 대조에 의해 형성되었다. 대조는 대상들 간의 차이점을, 비교는 공통점을 발견하거나 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분류와 통합이 가능해지고 인식의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대조가 쪼개고 세분화하는데 비해 비교는 붙이고 융합하는 과정이라고. 모든 시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시는 대체로 마름질된 세계를 다시 꿰맨다. 물론 실제 세계는 솔기들 사이 그 아래에 있겠지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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