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측 주장 모두 기각, 국민연금 의사 결정도 문제 없다 판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법원이 지난 2015년 합병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두 회사의 합병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돼 통합 삼성물산에 상존하던 리스크도 상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부장 함종식)는 19일 일성신약 등 구 삼성물산 소액주주 4인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소송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법, 불합리한 사유가 없었던 만큼 원고(일성신약 등 소액주주 4인)의 주장을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원고 부담으로 한다"고 판결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의 비율로 합병했다. 이에 대해 2016년 2월 일성신약 등 일부 소액주주들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하락시켜 삼성 오너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며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재판부는 판단을 뒤로 미뤘다. 이후 재판부는 7월경 다시 한번 선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성신약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형사재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하 1심 판결을 분석한 뒤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재개된 변론에서 합병 무효를 주장하던 일성신약측은 지난달 18일 최후 변론에서 사건을 화해·조정으로 마무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법원 판결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원만한 조정과 화해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일성신약측은 재판부에 참고자료 형태로 이같은 의견서를 별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물산측은 "합병 무효 소송은 화해나 조정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합병 목적의 부당성에 대해 "구 삼성물산의 경영상황에 비춰볼때 합병이 구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만 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합병이 포괄적 승계라 해도 경영상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의 유일한 목적이라 할 수 없고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만으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합병 결과로 경영안정 효과 등 회사측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합병비율 불공정성에 대해선 "자본시장 법령에 의해 산정됐고 산정 주가가 시세 조정 행위 등의 불법에 의해 산정되지 않은 만큼 주주들에게 불리했다 할 수 없다"면서 "다소 불공정하다 해도 현저하게 불공정하다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합병 절차 위법성에 대해선 합병 결의와 함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심의했고 합병의 경우 경영판단에 따라 발생한 결과이기 때문에 구 삼성물산에 대해 합병을 무효로 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 절차 과정에서 구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점에 대해선 "신주발행과 관련한 구성과 동의가 자기주식처분에 적용된다 볼 수 없다"면서 "자기주식 처분이 대표권 남용이라 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결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국민연금 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선 "위법 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이 기금운용본부장의 계획을 알았다고 할만한 개연성이 없다"면서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는 내부 결정과는 다른 사안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국민 연금 내부에서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단체법적 표시로서 국민연금 공단의 의사표시 하자로 주총 결의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공시위반혐의에 역시 합병 절차에 있어 공시 위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선주 주주들에게 실질적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에도 "합병 비율을 적용해 신주를 배정한 만큼 주주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들의 이익과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도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합병이 공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검측의 핵심 주장 중 하나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로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대가를 얻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AD

이 외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주식 매수청구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은 재판부가 당시 합병 과정이 합법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성신약측이 최후 변론에서 화해와 조정을 바란다고 얘기한 만큼 1심에서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