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종교 또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국회, 변호사 업계 등 전반위로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법권력이 진보쪽으로 이동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하급 법원 판결이 늘어나면서 대체복무가 실제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8800여명에 이른다. 병무청이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공개한 통계를 보면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지는 인원은 매년 6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통상 병역면제사유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원탁회의를 열고, 사회 분위기 전환에 다른 전향적인 결단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국민 법 감정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찬희 서울변회 회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백종건(33ㆍ사법연수원 40기)씨의 재등록 신청을 대한변호사협회가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백씨는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 후 출소했다. 정영훈 서울변회 인권이사는 "향후에도 내부 논의를 통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민 인식은 최근 들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한 '2016년도 국민인권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10.2%에 불과했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의견은 지난해에는 46.1%까지 증가했다. 서울변회가 지난해 실시한 소속 변호사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200명 중 74%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답변했고, 80%가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정부의 태도도 전향적이다. 법무부는 지난 8월 12개 정부 부처 및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작성한 유엔 인권이사회 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국가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면서 여기에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담았다.


정부가 당시 공개한 초안 보고서에는 "즉시 도입은 어렵지만 검토와 연구 후 안보 현실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다.


국회에도 전해철ㆍ이철희ㆍ박주민 의원 등이 낸 여러 건의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의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철희 의원이 지난 5월에 낸 개정안은 대체복무요원의 업무를 중증장애인 수발, 치매 노인 돌봄 등 사회복지, 보건ㆍ의료, 재난 복구ㆍ구호 분야에서 신체적ㆍ정신적 난도가 높은 업무로 지정했다.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 병사의 2배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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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법원의 판단도 주목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 정상 작동하는 시기를 즈음에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지난해 말 선고 직전까지 논의가 무르익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보류됐다. 한편, 지난 2015년 이후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사례가 36건에 달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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