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 인터뷰①]'남사직·여사직'…성별을 지우니 매출 '쑥쑥'
2017 여성리더스포럼 프런티어6기 연속인터뷰①
백정희 GS홈쇼핑 브랜드사업부장(상무)
패션 디자이너에서 홈쇼핑 상품기획자(MD) 변신
취급액 2조원…GS홈쇼핑 매출 45% 책임
"당신의 컬러로 자신감을 표현하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헬로우키티 핑크는 싫어요. 핫핑크나 체리핑크, 형광핑크처럼 '엣지'있는 핑크가 좋답니다"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했다. 사무실 곳곳에 배치된 액자부터 휴대전화 케이블까지 각종 소품은 온통 핑크색이다. 그것도 연분홍이 아닌 강렬한 '핫핑크'. 연간 2조원대의 취급고를 책임지는 백정희 GS홈쇼핑 브랜드사업부장(상무) 집무실이다. 하이포니헤어와 빨간색 스커트, 타투까지 첫 인상부터 '쎈언니'다. 하지만 개성 넘치는 업무 공간과 화려한 외모 저변엔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내공이 꽉꽉 들어찼다.
◆"직장에선 남녀가 없다…'남사직'ㆍ'여사직'만 존재" = 백 상무는 25년간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여초현상이 심한 패션업계 특성상 남녀차별은 다른 직종보다 덜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높았다. 윗자리로 갈수록 남녀의 승진 격차가 벌어졌다. 여직원은 직장생활 초반에 '빠릿빠릿'했지만, 과장급 이상부터는 남직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결국 기업내 '톱(TOP)조'는 남성이 독차지했다. 백 상무는 GS홈쇼핑 임원 21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백 상무는 "일에 대한 애정은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았다"며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전공해 업으로 삼아 계속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가정보다 일이 소중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일과 가정 중에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선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선택지가 나올 때마다 자신을 무게중심에 올려놓고 업무를 즐기다보니 시나브로 현재 위치까지 왔다는 것.
무엇보다 출근 후에는 성별을 지웠다. 백 상무는 "최근 젊은사람의 유행어인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처럼 직장에선 '남자직(남자 사람 직원)'과 '여자직(여자 사람 직원)'이 최우선"이라며 "휴먼빙(human beingㆍ사람)이 우선이지 남녀는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직장은 일을 위해 모인 집단인 만큼 업무능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지,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성별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가 여성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여자라서 차별대우를 받아선 안 되지만 여자라고 특별대우를 기대해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백 상무는 남녀 차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는 "여직원은 대부분 감정소모가 많아 심리적인 코스트(costㆍ비용)가 수반되는 대신, 디테일에 강할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꼭 여직원ㆍ남직원이라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캐릭터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의 물리적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는 "여직원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업무에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일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가사일과 육아 등으로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인 만큼 집중도가 떨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보살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끝 패션디자이너…홈쇼핑의 마이더스 손 = 어릴적 꿈은 변호사였다. 공부를 꽤 한다는 학생이 흔히 꿈꾸는 '사(士)'자 직업이다. 고등학교 시절엔 전교 열손가락안에 꼽혔고 부모님은 의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백 상무의 인생은 의사가 되기위해 진학한 대학에서 갈림길을 맞았다. 생물학 실습시간 토끼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속을 게워냈다. 당시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과계열 중에서 그나마 관심이 갔던 의상디자인을 복수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첫 둥지를 얻었다. 이후 홈쇼핑 채널이 생겨났고 패션업계에선 상품기획자(MD)로 옮겨가는 사례가 흔했다. 백 상무도 GS홈쇼핑으로 먼저 옮겨간 선배의 제안으로 이직에 나섰다. 첫 업무인 잡화를 시작으로 지난 20년간 패션과 뷰티분야에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다졌다. 그 결과 백 상무는 GS홈쇼핑에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메가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시슬리ㆍ지니킴ㆍ모르간(잡화)ㆍ원더브라ㆍ스팽스 등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백 상무가 관리하는 패션과 뷰티 관련 취급액은 2조원으로, GS홈쇼핑 매출의 45%를 담당한다. 해외에서 인기있는 최신 브랜드의 단독 유치는 여전히 그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업무가 방대한 만큼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백 상무는 1년에 15회 이상 해외출장에 나선다. 특히 GS홈쇼핑이 지분을 투자한 이탈리아 쇼룸비즈니스 '스튜디오 제타'의 이사 멤버로 떠나는 밀라노 출장길은 1박3일에 불과하다. 공항에서 밀라노 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출근하는 방식이다. 백 상무는 "이런 출장이 힘들지만 재미있다"며 "우리가 지분을 보유한 이탈리아 회사의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장점과 해외 유명 라이센스를 가져와 GS홈쇼핑의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보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백 상무의 승승장구 이면에는 가족의 지원도 한 몫 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아들의 학업을 위해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아들은 '워킹맘'을 지지했다.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손목에 새겨진 문신, 제니퍼라는 영어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까지. 백 상무는 자타공인 패셔니스타다. 하지만 화려한 외모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자신감.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더라도 명품 브랜드만 좋은 게 아니라 나의 컬러를 찾은 것이 중요해요. 내 컬러를 입었을 때 자신감만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고인 것이죠."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다음은 프로필.
백정희 GS홈쇼핑 브랜드사업부장(상무) 프로필= ▲1968년 서울 출생 ▲1987년 서문여고 졸업 ▲1991년 연세대 생물학 학사 ▲1993년 연세대 의생활학 석사▲1992년 신세계 인터내셔날 입사 ▲1998년 GS홈쇼핑 상품개발팀 입사 ▲2007년 GS홈쇼핑 보석잡화팀 (팀장) ▲2012년 GS홈쇼핑 토탈패션담당 (본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