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뉴 리더십 - 비전퀘스트 새로운 길을 걷다'
<2>'형제경영' 한국타이어 조현식·현범 사장(上)

한국타이어 '익스피어리언스데이 2016'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조현식 사장

한국타이어 '익스피어리언스데이 2016'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조현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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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한때 출근 복장이 작업복이었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그 옷차림을 고집했다. 작업복을 입고 출근한 뒤 격식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더라도. 한결 같은 출근 복장에 직원들은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왜 작업복을 즐겨 입냐는 측근들의 질문에 그는 "편하면 됐지 뭐"라고 답하곤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출근 복장은 소박한 성품과 현장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 정신을 두 아들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나 덧붙이면, 짝을 이루는 바퀴처럼 형제애가 두텁다는 것이다. 조현식·현범 형제 경영은 한국타이어 혁신의 동력이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준공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조현범 사장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준공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조현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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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성격, 개성으로 '형제 경영' = 두 사람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형인 조현식 사장은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이다. 동생인 조현범 사장은 꼼꼼하고 신중한 스타일이다. 이같은 성격 차이는 회사 내부 업무 분담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현식 사장이 회사내 시스템 개선과 해외 시장 개척 등 선굵은 업무를 주로 추진해왔다면 조현범 사장은 회사 브랜드 강화, 기업문화 개선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혁신을 맡아왔다. 성격에 따른 자연스러운 업무 분담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회사 성장에 기여해왔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형제가 함께 그림을 구상하고 형이 스케치를 하면 동생이 그림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하모니를 잘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타이어와 레알 마드리드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조인식에 참석한 조현식 사장

한국타이어와 레알 마드리드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조인식에 참석한 조현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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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사장, 문전박대 견디며 파트너 확대…ERP 도입으로 혁신 견인 = 조현식 사장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도 명문으로 통하는 힐스쿨 포츠타운고등학교와 시러큐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무역업에 관심이 많았던 조 사장은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해 2년간 근무했다.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것은 1997년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은 한국타이어의 전통적인 제조업 문화에 변화를 몰고왔다. 경영혁신팀 차장을 맡고 있던 2000년 그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전까지 한국타이어는 재고 등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 관리했다. 그러다보니 잦은 실수가 발생했고 도덕적 해이도 비일비재했다. 조 사장은 "혹시 부정 사례가 있을 경우 자진해서 밝힌다면 이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시스템 도입에 따른 잡음을 해소했다. 이때부터 해외 법인도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한국타이어의 한 임원은 "ERP 구축 이후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면서 "이는 한국타이어가 급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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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2년 해외영업본부장 상무를 맡으면서 해외 영업에 나섰다. 신차용 타이어(OE) 납품처를 뚫기 위해 해외 곳곳을 누볐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유명 자동차업체에게 한국타이어는 생소한 회사였다. 어렵게 잡은 미팅도 퇴짜맞기 일쑤였고 문전박대도 숱하게 당했다. 그때마다 다시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공급 기회를 얻었고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글로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이제는 한국타이어가 BMW,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당당히 교류하게 된 데는 '바닥까지 갈 각오로 영업'을 해온 노력의 결과였다.


조 사장은 올해 2월 호주 최대 타이어 유통점 작스 타이어즈 인수에 성공했다. 작스 타이어즈 인수에 유수의 글로벌 타이어 기업 4~5개가 참여했지만 한국타이어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조 사장의 승부수 덕분이다. 조 사장은 작스 타이어즈 경영진에게 메일을 보내 경영 모델의 우수성과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타이어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자사의 타이어 판매 경로를 확대하는 용도로 작스 타이어즈를 인수하려 했지만 조 사장은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멀티브랜드 운영 등 보다 공격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작스 타이어즈는 한국타이어와 손을 잡았다. 조 사장은 올해 2월 인수 이후에도 통합과정을 챙기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타이어는 유통 시스템을 뉴질랜드와 아시아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의 설계를 맡은 건축회사 포스터앤파트너스와 회의를 하고 있는 조현범 사장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의 설계를 맡은 건축회사 포스터앤파트너스와 회의를 하고 있는 조현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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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사장, 미래 드라이빙 컨셉트 확립…연구소 손잡이까지 챙겨 = '볼' 모양의 타이어를 탑재한 물체가 재빠르게 공간을 누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인용 자동차다. 볼 타이어에 의존한 자동차는 빗길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한국타이어의 광고는 타이어의 혁신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그동안의 자동차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제자리 360도 회전, 직각, 지그재그 주행 등 자유롭게 주행하는 '볼 핀 타이어'는 아직까지는 상상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현실로 만들겠다는 혁신적 도전 정신이 그 광고에 담겨 있다. 이 광고를 진두지휘한 이는 조현범 사장이다. 조 사장은 타이어가 단순히 자동차의 한 부품, 고무덩어리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그는 "자동차를 더 잘 달리게 하는 타이어의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는지, 어느 정도의 최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지, 미래 드라이빙에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형처럼 그도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학교인 드와이트 잉글우드 고등학교와 보스턴칼리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조 사장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형보다 1년 늦은 1998년 입사한 그는 올해 입사 2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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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당시 그는 홍보 업무를 맡으며, 한국타이어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진취적인 사고, 전문적인 기술력, 열정 등을 담고 싶었다. 조 사장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영국의 네빌 브로디에게 CI 개발을 의뢰했다. 사실상 협업이었다. 글자 모양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조 사장이 광고를 챙기면서 광고 주제도 바뀌었다. 그 전에는 제품 중심의 광고를 주로 선보였지만 이후에는 기업 브랜드와 가치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한국타이어하면 떠오르는 '드라이빙 이모션'이라는 문구는 조 사장의 아이디어다. 광고 컨셉트를 미래 드라이빙 쪽으로 잡자고 의견을 낸 것도 그였다.


지난해 완공된 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한국타이어는 신축 중앙연구소의 부지 선정 당시 의견이 엇갈리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기존 중앙연구소가 위치해 있고 또한 공장과도 가까운 대전 부근으로 하자는 의견과, 본사와 가깝고 인재 영입에도 용이한 경기도 쪽으로 터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조 사장은 기존 연구소 인력들과 공장과의 연계성 등을 감안해 대전에 짓는 대신 우수 인재들이 근무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을 내렸다. 설계는 영국의 포스터 앤 파트너스에 맡겼다. 세계적인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립한 이 회사는 애플의 신사옥을 비롯해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 뉴욕 허스트 타워 등을 설계한 경험이 있었다. 설계작업이 진행되는 사이 조 사장은 맥라렌의 테크놀로지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를 찾아다녔다. "기업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연구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배우기 싶었기 때문"이었다. 매주 진행되는 설계 회의에 참석해 그 내용들을 공유하며 테크노돔 설계에 반영되도록 했다. 당시 작업을 함께 했던 직원은 "사무실의 손잡이부터 구내 레스토랑의 식기와 벽면 페인트 컬러까지 챙겼다"며 "그 모습을 보고 연구소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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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테크노돔이 완공식 행사에서 조 사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테크노돔 완공을 축하했다. 완공식 후 진행된 테크노돔 투어에서는 귀빈들을 안내하며 곳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 형의 '어깨동무'와 동생의 '마주보기'…같지만 다른 스킨십 = 조현식 사장의 집무실은 6층에 있다. 홍보실을 비롯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요 부서들이 모여있는 층이다. 최고 경영진의 집무실은 모두 17층에 있지만 조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좋다며 6층에 상주하고 있다. 야구 시즌에는 본인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치맥'을 하며 경기를 함께 본다. 종종 회사 주변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사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직원들과 서바이벌 게임장이나 래프팅을 하러 가기도 한다. 입맛도 소탈한 편이어서 칼국수나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을 점심 메뉴로 선호한다.


조현식 사장이 직원들과 '어깨동무'를 자주 한다면, 조현범 사장은 '마주보기'를 즐긴다.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실무자와 몇 시간씩 토론을 하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담당자를 불러 보고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묻는다. 조 사장은 원활한 소통과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직급이 아닌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사내 인트라넷을 직원들의 단순 업무공간이 아닌 하나의 커뮤니티인 '아레나(Arena)'로 바꿔 미래 타이어 산업의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발언대로 만들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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