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단체의 무작위 텔레마케팅, 나만 불편해?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B 후원 단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B단체는 저소득층 아동을 후원하는 곳으로 아동과 일대일 매칭도 가능하고 책이나 옷과 같은 물품 기부도 가능하다고 했다. 상담사는 신용카드 포인트로도 후원할 수 있다며 A씨에게 아동 후원을 부탁했다. 문득 A씨는 B 단체에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상담사는 무작위 번호 조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는 이어 "앞으로 전화 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수신거부 목록에 등록해주겠다"고 말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 버렸다.
텔레마케팅으로 걸려오는 기부단체의 후원 요청 전화는 불법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후원단체들이 번호를 조합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앞 칸에 무작위로 된 숫자 4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 다음 칸에 1~9999까지 넣은 다음 전화번호를 추출한다.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하면 010-****-0001부터 010-****-9999까지 전화번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⑤의 2에 따라 숫자·부호 또는 문자를 조합해 전화번호 등 수신자의 연락처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조치는 불법이다. 그러나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했을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후원단체의 텔레마케팅은 영리적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 엄격하게 불법은 아니다. 영리목적의 기준은 법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후원단체의 경우 회원 모집에 따른 제재 방안도 따로 없다. 회원제 운영은 후원 아동과 일대일로 매칭이 되거나 재단의 회원이 돼 후원금을 내는 경우를 뜻한다. 이때는 회원 모집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
회원 후원금이 아닌 물품 등을 기부를 하는 경우에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2조 기부금품의 모집을 위해선 서신, 광고, 그 밖의 방법 등으로 타인에게 기부금품을 의뢰·권유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텔레마케팅의 기부 요구도 불법이 아니다.
일부 후원단체들은 이 같은 점을 이용해 약관에다가 아예 개인정보 수집 방법에 '생성정보 수집 툴을 통한 수집'을 명시해놓고 있다. 그러나 후원단체들의 텔레마케팅은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지나친 영업 행위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후원단체 한 관계자는 "작은 단체들의 경우 직접 거리로 나서면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 텔레마케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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