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Gracias(고맙다)!" 테스트 베드로 적극 활용
스페인정부, 신동빈 롯데 회장에 훈장까지 주며 "지원 감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국 진출 후 기부금 0원', '촛불집회 폄훼 발언'. 글로벌 제조ㆍ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자라(ZARA)가 국내 시장에서 각종 부정적인 이슈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의 트렌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매년 수백억원 로열티까지 챙겨가면서도 인색한 사회 공헌 등 '배짱 영업'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매장 동향 파악과 시장 선호도 조사ㆍ연구를 거쳐 나온 디자인은 아시아 외에 자라의 고향 스페인 등 유럽도 강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믿고 보는 한국'이다.
당연히 한국에 대한 자라 본사의 관심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자라리테일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프랑스 등 기존 유행 선도국을 주로 돌아보던 본사 직원들이 방한 빈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며 "직접 체험한 다음 실제 디자인, 마케팅 등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매장 직원을 직접 붙들고 한국 시장의 장점과 고객들 수준에 엄지를 치켜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라와 스페인 정부가 한국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협력 유통 대기업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지는 움직임은 그동안 이어져온 부정적 이슈와 상충한다. 단 하나도 속 시원히 해소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이익과 호재에 집중하는 자라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자라리테일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59억5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24.1% 뛰었다. 매출은 18.8% 증가한 약 3450억8700만원이었다. 수익에서 지출한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순수하게 이익으로 남은 당기순이익은 약 209억9700만원으로 917% 폭증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소재 자라 상표관리회사(ITX Merken B.V)에 지급한 수수료(로열티)는 2015년 229억원에서 지난해 26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하지만 국내 진출 후 기부 등 사회 공헌 활동은 전무하다. 경쟁사인 에이치앤앰(H&M)의 경우 한국 내 기부액을 2011년 2억9915만원에서 2012년 2억1342만원, 2013년 5553만원, 2014년 1265만원까지 줄여가다 2015년엔 아예 '제로(0)'로 만들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해(5448만원)부터 기부를 재개했다. 반면 자라는 요지부동이다. 그 사이 자라 창업주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이 서울의 부동산 가치를 높게 평가해 2015년 명동, 올해 초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건물을 잇따라 사들였다는 애꿎은 소식만 들려왔다.
별다른 사회 공헌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실적이 워낙 잘 나오기에 자라가 이런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의 촛불집회 폄훼 논란 뒤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매출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올 들어 아시아 시장 맞춤형 '아시아 핏(Asian Fit)' 제품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대비 더욱 좋은 실적 추이를 나타내는 중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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