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첫 문장/오은
어제 쓴 줄 알았더니
내일 나타난다
내일 쓸 줄 알았는데
오늘이 끝나지 않는다
이미 쓰고 있는데
여태 직전이다
난생은 늘 처음으로 구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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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무척 어려운 일들 가운데 하나가 첫 문장을 쓰는 것이다. 시에 적혀 있는 그대로 "어제 쓴 줄 알았더니" 하루 지나고 나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워 버리곤 하는 게 첫 문장이다. 뿐인가. "내일 쓸 줄 알았는데" 퍼뜩 떠오른 그럴듯한 문장을 두고 "오늘이 끝나지 않는다". 첫 문장은 내내 "이미"와 "여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기만 한다. 첫 문장을 쓰는 일은 마치 첫사랑과 처음 데이트하기로 약속한 그날 아침만 같다. 멋있게 보이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성에 차질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첫 문장 하나만으로 글을 이룰 수는 없는 일. 글은 첫 문장에 다른 문장이 덧대어지고 또 다른 문장이 이어지고 그다음 문장이 도와 굽이쳐 흐른 무늬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사실은 첫 문장을 쓸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게 아닐까.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저 처음을 향해 구부러져 있듯이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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