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그라드' 꿈꾸던 그곳은 시간이 멈춰버렸다 …미얀마의 므락우 등, 21세기 '유령도시'들을 찾아서


미얀마 서부에 위치한 도시 므락우는 지금은 조용한 사원과 승려, 몇명의 주민만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과거 15세기엔 융성했던 아라칸 제국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번성했던 지역이었다. 사진 = wikipedia

미얀마 서부에 위치한 도시 므락우는 지금은 조용한 사원과 승려, 몇명의 주민만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과거 15세기엔 융성했던 아라칸 제국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번성했던 지역이었다. 사진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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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국 중 인구밀도 1위 국가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다. ㎢당 인구밀도 501명이란 경이로운 기록은 세계 평균 수치가 남극을 제외하고 52명/km², OECD 평균이 35명/km² 임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극심한 인구밀집현상을 반증하고 있는 셈.


눈부신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성과 뒤로 수도 서울이 떠안고 있는 살인적인 주택가격, 교통체증, 환경문제는 국민 삶의 질을 한층 끌어내리고 있지만, 계속되는 인구밀집을 막을 길도 한정된 도시의 면적을 늘릴 길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적 끊긴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 쓸쓸함 너머 기괴한 감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므락우 중심에 위치한 사원 Ratana-pon. 사진 = wikipedia

므락우 중심에 위치한 사원 Ratana-pon. 사진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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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잊힌 제국의 수도, 므락우


미얀마 서부 칼라단 강 유역에 위치한 도시 므락우는 15세기 세워진 아라칸(Arakan) 제국의 수도로 1784년 나라가 정복될 때까지 약 350년간 번성한 대도시였다. 벵골만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무역의 중심지이자 제국의 수도로 위세를 떨쳤던 도시는 제국의 멸망과 식민시대를 거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갔고, 왕국의 번성을 기원코자 세워진 거대 사원들만이 도시에 남아 옛 영화를 간직하고 있다.

명색이 제국의 옛 수도이자 최대 무역도시였던 므락우에 개발의 야욕이 전혀 닿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공항 건설부터 대형 사원 중심의 관광지구 설립 계획 등이 이어졌으나 정부의 예산부족과 험난한 지형으로 인한 교통 불편으로 번번히 좌절돼 어린 승려들과 소수의 주민만 거주하는 ‘잊혀진 유적’ 도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므락우에 가기 위해선 벵골만 인근 도시 시트웨에서 보트를 타로 들어가거나 육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므락우 인근 산세가 험하고 열악한 도로여건에 차량 이동이 쉽지 않아 오히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 므락우엔 편안함을 우선으로 하는 휴양관광객은 보이지 않고, 모험심 가득한 배낭여행객들의 분주한 발걸음만이 이어지고 있다.


폭파 후 처참한 모습의 체르노빌 원전 전경

폭파 후 처참한 모습의 체르노빌 원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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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맹신이 낳은 비극, 프리피야티


1978년 설립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는 미국과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한 소련의 발전상이 반영된 공간으로, 정부는 바로 인근의 도시 프리피야티를 아톰그라드(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도시, 원전 관계자와 그 가족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 기술기반 지역발전을 목표로 도시계획에 심혈을 기울였다.


160개 아파트 단지, 도심에 구축한 대형 쇼핑센터, 스타디움 2곳을 세웠을 만큼 소련은 프리피야티를 ‘안전한 원자력’과 함께 쾌적한 중소도시로 만들고자 했으나,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에서 원자로 중단 실험 중 발생한 실수로 원자로가 대폭발하면서 프리피야티 시민 5만 명은 즉각 1,200대 버스에 몸을 싣고 도시에서 피난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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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살기 좋은 중소도시 였던 프리피야티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되고 말았다. 사진은 사고 전의 프리피야티 시가지 풍경. 사진 = pripyatcity

과거 살기 좋은 중소도시 였던 프리피야티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되고 말았다. 사진은 사고 전의 프리피야티 시가지 풍경. 사진 = pripyat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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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방사능에 노출된 탓에 프리피야티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사람이 살지도, 갈 수도 없는 유령도시로 버려졌다. CNN선정 7대 괴기 장소 중 한 곳으로 꼽히는가 하면 드론이나 항공촬영을 통해 확인된 도시의 풍경은 스산하되 바로 그 순간까지 닿아있었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기이한 장면을 연출한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사고 25주기였던 지난 2011년부터 법적으로 프리피야티 관광을 허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투어 전 건강상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한 뒤 방호복을 입고 프리피야티와 체르노빌 원전 인근을 둘러보는 이 관관상품은 하루에만 200~300명, 연간 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 ‘다크 투어리즘’의 열기를 입증했으나 아직 방사능 피폭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흥미 위주의 관광상품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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