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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다양성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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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퀴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11명 데리고 경기에 나서면 '지구최강'의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얼굴만 봐도 흐믓한 '도깨비' 공유가 무려 10명이나 사는 무인도에 나 홀로 표류한 여성은 오랫동안 행복에 겨워 살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대세인 설현이 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만들면 전대미문의 시청률이 나올까? 정말 그럴까?

정답은 '아니올시오'다. 메시가 제아무리 공격을 잘해도 수비는 약할 수밖에 없고, 모두가 잘생겼다는 것은 한 명도 잘생기지 않았다는 뜻일 테고, 주연과 조연이 조화를 이뤄야만 드라마는 인기를 끄는 법. 고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말씀.
다양성에 관한 좀 더 묵직한 질문이다. 뛰어난 통계학자 4명과 함께 정책 문제를 풀어가는 상황에서 1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① 뛰어난 통계학자 ② 평범한 사회학자나 경제학자. 수영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은 데 당신에게 두 가지 옵션이 있다. ① 뛰어난 수영 코치 3명을 고용하는 것 ② 수영 코치와 영양사와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각각 고용하는 것.

파이낸셜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트는 최근 저서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메시>에서 "다양성이 있는 조직이 훨씬 생산적이며,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다양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 방면의 또 다른 석학인 미시건대학의 스콧 페이지 교수는 저서 <차이>에서 "다양성이 재능을 능가한다"고 일갈했다. 따라서 저 질문의 정답은 둘 다 ②번.

팀 하포트와 스콧 페이지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렇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한다면 모두 똑같은 부분에서 막힐 것이다. 그런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가르침을 우리 사회와 회사와 가정에 빗대면 또한 이렇다. 여우(같이 영악하고)와 곰(같이 우직하고)과 사자(처럼 용맹하고)와 소(처럼 성실한)가 함께 어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사실. 그래야 위기일 때는 희생과 방어로 견디고 기회일 때는 공격과 지혜로 전진할 수 있다.
다양성은 그러나 현실에서 종종 다르게 표출된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만 대개는 '접촉의 편식'을 일삼는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 나와 같은 생각, 내 처지와 엇비슷한 상황에 잔류하고자 하는 방어기제 때문이다. 이런 심리는 가짜 뉴스까지 판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 내가 읽고자 하는 것, 내가 감동하고자 하는 것만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결국은 끼리끼리 모인다. 선인은 선인끼리, 악인은 악인끼리. 미국 온라인정치시민단체 '무브온'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신념이 오히려 굳어지는 것을 '필터 버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다양성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근 설문조사들을 보면 탄핵 찬반 의견이 80%대 20% 정도를 유지한다. 여론이 다양성을 먹고사는 생물체라지만, 이처럼 8대 2 구도가 견고하게 지속되는 것은 국민들의 상식과 양심과 견해가 대단히 명확하다는 의미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전열을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절박한 것이다. 하여, 저 8대 2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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