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법인의 실효세율(법인세 비용/법인소득)이 12%대냐 아니면 16%대냐를 놓고 토론자들이 얼굴까지 붉히며 '썰전'을 벌였다. 이들은 세무 전문가도, 경제 전문가도 아니며 법인기업을 경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열을 낸 이유는 뭘까? 바로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는 정치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복지 공약은 표를 모으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미 2012년 대선 때 데자뷔했다. 박근혜 후보가 공약한 기초노령연금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노인 표를 싹쓸이하다시피 해서 당선됐다. 그러나 그가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은 허구로 드러났다. 담뱃값 인상 등 실제 증세가 있었고, 일부 비과세나 감면이 늘어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 캠프는 벌써 복지공약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아동수당 지급 등 괜찮은 방안도 있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서는 멈칫거린다. 가장 확실한 재원마련 방안은 세율 인상이다. 그런데 소득세율은 이미 올렸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서민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상속세나 증여세율은 올려보았자 세수가 미미하다. 결국 남은 것은 법인세율 뿐이다.
이를 놓고 진보 진영에서는 실효세율이 외국에 비해 낮다며 법인세율을 인상하자고 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실효세율이 낮지 않다며 법인세 증세 대신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고 한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실효세율 논란은 왜 생기는 것일까.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가 있고, 한국 세제와 외국 세제의 차이도 작용한다. 실효세율을 산출하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치인들이 제논에 물대기식 셈법으로 각자 유리한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정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라며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거라고 걱정한다. 정말일까? 아니다.
법인의 소득 증가율이 다른 경제주체(가계, 근로자 등)의 소득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나타난 통계적 착시현상일 뿐이다. 예를 들면 삼성의 법인소득 증가율이 삼성 근로자의 임금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그 결과 삼성 등 법인이 내는 법인세의 GDP 대비 비중이 높아 보일 따름이다. 세금 보다는 오히려 각종 규제가 해외투자자들의 한국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우리나라 실효세율이 경쟁국에 비해 높다고? 그렇지도 않다. 삼성전자와 도요타자동차 등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IFRS)을 적용해 법인세 비용을 산출한다. 고의로 법인세 비용을 빼거나 더하기 어렵다. 세계 여러 나라 국적의 주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2013~2015년 재무자료를 분석하여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삼성은 평균 20%, 도요타는 27%로 나온다. 삼성이 일본에 가서 사업을 한다면 세율 7%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래도 우리나라 실효세율이 높다는 타령을 계속할 텐가?
실효세율의 논쟁의 궁극적 지향점은 국가 재정건전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재정흑자가 난다면 굳이 법인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2017년 임기 말까지 약 250조원의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을 누가 갚을 것인가? 국가재정건전성을 나 몰라라 하는 자들이나 최순실 일당은 동일 선상에 있다. 둘 다 국가 존립에 해로운 자들이란 점에서 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