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에 고공비행 숙취해소음료 성장 둔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연말 숙취가 사라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이 강타한 소비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경제위축으로 꽁꽁 얼어붙으면서 우울한 소비자들이 술자리조차 피하고 있는 것.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고공행진 중이던 숙취해소음료는 올들어 성장세가 둔화됐다. 편의점 씨유(CU)에서 이달 1~25일 숙취해소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0% 가량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숙취해소음료의 매출 신장율이 34%에 달했던 것과 최근 1년사이 CU 가맹점수가 1500개 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2005년 6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8년 1140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숙취해소음료 판매의 70%가량을 맡고있는 편의점 가맹점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소비자들과 접촉면이 늘어난데다 제약사와 식품회사, 편의점까지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뛰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우울한 소비자들이 지갑마저 얇아진데다 청탁금지법 여파로 과음을 피하면서 숙취해소음료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94.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래 7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2003~2015년 평균치)인 100보다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가맹점 증가율을 놓고 보면 숙취해소음료 매출 증가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최근 혼술족이 늘면서 폭음이 아무래도 줄어든데다 경기위축 등으로 연말 술자리가 줄어 숙취해소음료 인기도 시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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