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이 민주주의 1.0을 만들고, 6·10항쟁이 민주주의 2.0을 만들었다면 최근의 평화적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3.0의 포문을 여는 도화선입니다.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자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등장하는 많은 범죄자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돈과 권력이면 절차와 규정도 무시해버리는 천민자본주의, 가진 자들끼리의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한 전관예우, 취업과 입학 등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불공정과 불평등, 국가의 재정을 자기의 수익구조로 삼고 살아가는 부역자들과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까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청산해야 할 적폐들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입니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지금 우리사회가 갖는 혼란의 책임을 유권자에게 전가시키는 듯한 말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이 국민에게 있다고 하는 것을 천명하는 말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물갈이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실제로 총선에서 초선비율을 보면 17대 62.9%, 18대 44.5%, 19대 49.3%, 20대 44%에 이릅니다. 그러나 정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고인 물은 그대로 두고 물고기만 갈아왔기 때문입니다. 의자에 앉을 대표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근간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신다면 원론으로는 좋은 법안을 만들고 예산심의에 성실하게 참여해서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답하시겠지만 현실에서 능력 있는 정치인은 민원을 가지고 찾아갔을 때 그 자리에서 장관에게, 기관장에게 전화해서 압력을 행사해 해결해주고, 쪽지예산이나 특별교부금을 많이 받아서 우리단체, 우리지역에 예산을 많이 끌어오고, 지인의 취업이나 정부사업 선정 시에 내부 정보를 미리 파악해 알려주는 사람을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민주공화국의 정치력을 복원해야 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치 원론이 현실에서도 반영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힘은 목마를 타고 오는 초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유권자로부터 나옵니다.
김광진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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