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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사랑할 때 우리는 꿈꿀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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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려면 연애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요즘 20-30대의 삶이 참 팍팍합니다. 머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로 치면 맨 아래에 있는 생존과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에 그 윗단계인 사랑은 엄두도 못 내는 거지요. 그런데 사랑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윗단계인 존중, 그리고 자아실현, 즉 꿈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무인도에 혼자 가서 산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열심히 살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이토록 열심히 사는 이유는 깊게 따지고 따지다 보면 결국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사랑이고,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지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연애하는 데 쓸 돈과 시간이 어디 있냐구요? 제 주변에 사법고시를 한번에 패스하고 변리사 시험까지 붙은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어려운 시험들을 준비하면서도 그는 한번도 연애를 쉬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결을 묻자 “어차피 밥 혼자 먹을 거 둘이서 먹고, 혼자 주말에 잠깐 쉴 때 둘이 같이 쉬는 건데 뭐가 그렇게 어려워?” 하고 답을 하더군요.

누구는 그게 무슨 연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소유하거나 내가 상대방에게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의 일부를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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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대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남들처럼’ 매일 세 번 이상 연락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 맛집을 가고 특별한 날엔 멋진 이벤트를 해 주는 게 연애라고 생각한다면 쉽지 않겠지요. 그건 마치 엄마의 주머니 사정은 생각 안 하고 장난감 사 달라고 떼쓰고 울어대는 아이처럼 상대방에게 나의 결핍을, 나의 환상을 충족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 우기는 유아적 사고입니다.

연애하면 당연히 자주 보고 좋은 것만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니냐구요?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지 않아도, 비싼 뮤지컬 공연 보지 않아도, 같이 도시락을 싸서 공원이나 둘레길을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시간이 없으면 도서관이나 커피숍에서 각자의 공부나 일을 할 수도 있구요. 함께 있는 시간, 서로를 향한 마음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연애는 가능합니다.
그 사람 생각에 일을 못한다구요? 잠시 밖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스터디 모임을 만든다거나 하면서 에너지를 분산시키세요. 입장 바꿔서 상대방이 모든 걸 포기하고 나만 바라본다면, 일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숨막히지 않겠어요? 혼자서 행복할 때 둘이서도 행복할 수 있답니다. 사랑은 내 인생의 구원자가 아니라 내 인생에 일시적으로 주어진 선물같은 인연입니다. 시작이 있는 것처럼 끝이 있는, 시한부 인연.


수십년간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면 오해도 갈등도 생깁니다. 스스로의 찌질한 모습에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한밤에 ‘이불킥’을 하기도 하지요. 이별 후 상실의 아픔으로 울부짖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합니다. 그건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랑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고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건도 없으니까요.그렇게 사랑이 주는 희열, 사랑이 주는 고통이 역사를 바꾸고 예술을 창조해 왔죠.


그러니 사랑을 너무 두려워하지도,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까지 기다리지도 마세요. 우리 모두는 다 부족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조건을 바라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의 부족함과 상대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이를 보듬어 줄 때 연애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연애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남들처럼…’, ‘당연히 이 정도는…’ 라는 전제를 빼고 ‘있는 그대로’ 나와 상대방과 두 사람의 상황을 받아들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집니다. 잊지 마세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라는 것.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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