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트럼프 시대'
"美 통치체제 견고…대통령과 무관"
한국증시 방향타 역할 공식 깨져
다우·나스닥지수 상승랠리 기록
韓·신흥국 증시 내리막길 대조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자산운용의 리온 골드펠드 멀티 에셋 솔루션 총 책임자는 아시아경제가 이메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디커플링은 국가와 국가, 한 국가와 세계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증시를 진단하라면 '디커플링'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 지수 추이만 봐도 그렇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 중이다.
23일(한국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9000선을 넘어섰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0.22%(4.76) 상승한 2202.94로 장을 마쳤다. 다우 지수와 함께 S&P 지수도 사상 처음으로 2200선을 넘어서 장을 마쳤다. S&P 11개 섹터 중 10개 섹터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0.33%(17.49) 오른 5386.35로 종료했다. 러셀 2000 지수도 0.7%(9.05) 상승한 1331.31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상승 랠리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과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꼽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세금 삭감과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을 제시하면서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 대선 이후 금융업종주는 11% 넘는 급등세를 보였고 산업주는 6%가량 상승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내리막길이다. 트럼프 당선 확정된 지난 9일(한국 시간) 이후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지수(코스피)는 1.86%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코스닥시장 지수는 연저점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600선 붕괴도 점쳐지고 있을 정도다. 코스닥시장과 비슷한 미국 나스닥이 상승 랠리를 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코스닥시장은 거래대금까지 줄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9752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3조원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6월24일 기록했던 거래대금 최고치(6조6900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200조원대를 꾸준히 지켜오던 코스닥시장 시가총액도 이달 들어 19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 규모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총 220조원 보다도 작다는 얘기다.
물론 신흥국과 아시아 증시도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트럼트 당선 이후 인도네시아 증시는 7.17% 곤두박질쳤다. 필리핀 증시가 6.17%, 인도와 대만 증시는 각각 4.66%와 3.11% 밀렸고 태국 증시는 2.21% 하락했다. 남미 주요 신흥국인 브라질은 7.01% 떨어졌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증시는 7.11% 추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과 한국, 신흥국의 디커플링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 데이비스 PSW 인베스트먼트 CEO는 "(미 증시는) 궤도 정점에 있는 로켓과 같다"며 "로켓이 쏘아졌을때는 빠르게 오르고, 중력이 로켓을 끌어당기면서 천천히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예상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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