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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무패의 단독선두 라이프치히의 축구 철학

최종수정 2016.12.19 18:26 기사입력 2016.11.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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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인 플레이로 점유율 축구의 약점을 꿰뚫다

누가 예상했을까? 2016~2017 분데스리가 11라운드가 끝난 현재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절대 강자’ 바이에른 뮌헨도 ‘2인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아닌 2부리그에서 올라온 ‘승격팀’ RB 라이프치히다. 라이프치히는 지난 19일(한국시간)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두 번이나 리드를 뺏기고도 3대2로 역전승을 거두는 엄청난 저력을 과시했다. 이 승리로 하루 뒤 열린 ‘데어 클라시커’ 경기에서 도르트문트에 0-1로 패한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독일 현지에서는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를 휩쓴 레스터시티의 동화가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부진과 맞물려 독일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무패의 단독선두 라이프치히의 축구 철학

라이프치히의 성공원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음료기업 레드불의 아낌없는 투자, 경험 많은 구단주와 감독의 시너지 효과, 젊은 선수들의 무서운 상승세 등 많은 안팎 요소들이 현재 라이프치히의 놀라운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라이프치히의 성공 요인은 ‘전술’이다. 라이프치히의 단장이자 최근 차기 잉글랜드 대표 팀의 감독직까지 제안 받은 랄프 랑닉(Ralf Rangnick)은 독일 매체 쥐드도이체차이퉁 (Sueddeutsche Zeitung)과의 인터뷰를 통해 라이프치히의 축구 철학을 설명했다.
◆비효율적인 점유율 축구 버리기
랑닉 단장은 최근 세계 축구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식의 높은 점유율 축구가 자칫 잘못하면 비효율의 축구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독일축구대표팀이 올해 열린 유로2016에서 개최국 프랑스에 완패한 이유도 비효율적인 점유율 축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오래 공을 점유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랑스가 수비진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 랑닉 단장은 “독일대표팀은 점유율 높은 축구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우세한 경기를 펼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격시) 평균 22초의 공 점유시간이라는 비효율적인 경기를 통해 골 찬스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라이프치히의 경우 경기가 가장 잘 풀릴 때 공 점유시간은 최대 12초이며 올 시즌 기록한 대부분의 골은 5초에서 10초 사이의 공 점유를 통해 만들어졌다”다고 밝혔다.

라이프치히의 올 시즌 총 패스 횟수는 전체 분데스리가 팀 중 8위며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와 비교했을 때 패스를 2000~3000개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승점을 쌓은 것이다. 하지만, 랑닉 단장은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로 ‘펩 스타일’의 축구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며 라이프치히가 현재 구사하는 강한 압박 전술에는 과르디올라의 전술도 일부 녹아 있다고 시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공적인 점유율 축구를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보다는 골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인지하고 최우선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선을 이용하는 치명적인 속공과 토털 프레싱
올 시즌 라이프치히는 열한 경기를 하는 동안 스물세 골을 기록했다. 라이프치히보다 골을 많이 넣은 팀은 바이에른 뮌헨(24골)과 도르트문트(26골)다.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없러도 레반도프스키나 오바메양과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한 두 팀과 골수가 각각 한 골, 세 골 차 밖에 나지 않는다. 랑닉 단장은 이를 군더더기 없는 직선 공격의 성과로 본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공격할 때 특별한 목적 없이 공격방향을 계속 전환하고 공을 돌리는 것보다 빠른 스피드로 직선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라이프치히의 공격 패턴을 보면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방의 공을 뺏은 후, 수비수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정확한 롱킥으로 전방 깊은 곳까지 찔러 넣어 빠르고 힘이 좋은 공격수들을 상대편 수비수와 경합시킨다. 그 동안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상대방 진영까지 하프라인을 넘어 전체 라인을 끌어 올린다. 이 과정에서 윙백 중 한 명이 공격에 나서면 반대편 윙백은 중앙으로 이동해 수비라인을 메우는 등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모두가 두 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매우 촘촘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라이프치히는 상대팀 문전에서만큼은 대단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많은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아울러, 공격할 때 공을 상대팀에게 빼앗겨도 크게 라인을 내리지 않고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해 상대의 실책과 롱킥을 유도해 쉽게 공 소유권을 되찾는다.

◆성공신화 완성하기 위해서는 체력 유지가 관건
이와 같이 라이프치히는 무리하게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비 후공격’ 전략으로 효율적이고 이기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데스리가에서 이 전략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고 있으며 앞으로도 라이프치히의 돌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축구 전술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듯 라이프치히의 전술도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지나친 체력소모가 있다. 현재 해당 전술에서는 선수들이 공수를 오가며 두 포지션 이상에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체력소모도 크다. 선수들의 체력관리는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라이프치히가 극복해야 될 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라이프치히의 빠른 공격에 속절없이 당했던 상대팀들은 겨울 휴식기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라이프치히의 빠른 속공에 대비해 수비라인을 애초부터 내려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라이프치히도 새로운 형태의 공격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랄프 랑닉 구단주와 지략가 랄프 하젠휘틀(Ralph Hasenhuettl) 감독은 후반기를 위한 플랜B를 이미 마련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젊고 유능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경기를 할수록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라이프치히가 오랫동안 지속된 양강구도를 깨고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지 궁금하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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