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싼커의 시대]지속 유입의 변수…'제도와 콘텐츠·환율·한중관계'

저가 단체관광객 중심의 제도 및 콘텐츠, 변화해야
환율, 한중관계 악화 가능성 등도 중국인 개별관광객 증가세에 영향줄 수 있어

표=NH투자증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중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중국 개별관광객인 '싼커'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저가 단체관광객 중심의 '제도'와 '콘텐츠'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환율과 한중관계, 인근 국가와의 여행객 유치 경쟁 등도 고려 대상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내 외래 관광객 수는 일본에 역전됐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1300만여명 가량에서 1900만명 수준으로 급증한 데에 반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1400만여명에서 1300만여명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 이중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500만명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유를 제도에서 찾고 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도 도움이 됐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관광정책의 변화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2006년 관광기본법을 '관광입국추진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고 2008년에는 일본 관광청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관광 마케팅을 펼쳤다. 2011년 대지진으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이후 비자면제 범위 확대, 동아시아 국가 상대로 모객행사, 출입국 절차 간소화, 항공노선 확대 등도 추진했다. 중국 관련 관광정책에도 변화를 나타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찍부터 중국 개별관광객인 싼커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개별 관광객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해줬으며, 2012년에는 일본지진지역 방문 중국 개별관광객에 복수비자 발급을 개시했다. 2014년에는 면세품을 확대하고 하네다공항 증편, 호텔 등 지방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했다.

특정국가의 여행시장 성숙도를 개별여행객 비중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만큼 한국에서도 이에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체 패키지 비중이 많은 게 사실이다. 더욱이 문제는 패키지가 '저가' 위주로 짜여있다는 점이다. 원가를 낮춰야하는 부담으로 결국 여행객들은 쇼핑 중심으로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뤄지는 셈이다. 콘텐츠가 다양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불확실성'도 변수로 꼽힌다. 정세 불안정에 따른 환율 변동, 한중관계 악화 가능성도 지속적인 싼커 유입을 방해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주목해야한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던 9일,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며 달러당 1150원대로 하루 새 20원 넘게 올랐다. 이날 위안화 가치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중국의 해외여행객 증가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한다. 최근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의 여파가 속속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지난 달 국경절(10월1~7일) 기간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수는 지난달 대비 9.9% 감소한 171만6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여름(7월ㆍ68만8000명) 다음으로 감소폭이 큰 수준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