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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집어삼긴 '개헌'카드…'정국반전' 수명 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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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설문 대형악재에 개헌 관심 식을까 전전긍긍

靑 숙의 거듭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가 정국 반전을 꾀하면서 던진 개헌 카드가 하룻만에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개헌이 모든 의혹과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을 노렸지만 이른바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본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히려 '최순실이 개헌의 블랙홀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개헌 추진을 언급한 지 하루도 안돼 대형악재가 생겨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이 그 이전에 불거진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해하는 분위기다. 자칫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개헌마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보도내용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우려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최씨에 대해 언급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개인회사의 자금줄로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개인차원의 비리일 뿐 청와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치부해왔다. 하지만 연설문 유출은 청와대 내부에서 보낸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씨와 청와대가 연결돼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동안 '관계가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전 유출과 상관없이 청와대와 공식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최씨가 실제 발표된 연설문과 다른 버전을 갖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이 쉽지 않다.

또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설문 유출은) 시스템상 성립이 안된다"고 언급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치는 게 취미라는 얘기가 있다'는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대통령 연설문은 보통 연설기록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관계 수석실에서 다듬어 올린다"면서 "광복절 같은 큰 행사는 모든 수석실에서 의견을 다듬고 독회를 거쳐 올린다.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이 실장은 "봉건시대 얘기가 활자화가 되는지…입에 올리기도 싫다"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이는 청와대의 보고체계와 연설문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점에서 기강문란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서는 대외 유출이 금지돼 있다'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서실장도 모르는 라인을 통해 유출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청와대로서는 비선라인 존재 여부를 밝혀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청와대는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과 관련해 경위파악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의혹을 해소하면서 개헌 추진동력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이 '최순실 개헌'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설문 사전 입수 의혹이 목소리를 더욱 키울 계기가 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개헌이 그동안 국정운영의 발목을 붙잡은 야당을 겨냥한 것인 만큼 개헌카드를 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발표된 이상 진행하되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발표 직후 "야당은 어차피 개헌과 관계없이 국정에 협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라면서 "일단 정치권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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