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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몰락의 징후

최종수정 2020.02.11 13:58 기사입력 2016.10.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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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조직의 수명은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짧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5년 생존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개인사업자의 평균 폐업기간은 3년 내외에 불과합니다.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은 이른바 성공한 기업들의 경우라 해도 수명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상장기업이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은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30년 내외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계가 비슷한데,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는 상장지속기간이 60년 이상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성공한 기업이 그 성공을 이어가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우에도 성공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웠던 큰 제국들의 화양연화도 생각보다는 짧습니다. 로마제국의 예외를 제외하면 몽골, 스페인, 영국과 같이 그야말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들은 대략 100년 정도의 기간이 지난 다음 그 패권을 다른 국가에 넘기고 쇠락해갔습니다. 이제 60,70년쯤 된 미국의 전성시대가 과연 얼마나 더 갈지 전문가들의 예측이 분분한 것도 이런 역사적 통찰 때문이겠지요.

흰머리와 어두워진 눈으로 늙어감을 자각하는 인간처럼, 조직도 자신의 쇠락을 미리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조직은, 인간과는 달리, 그 쇠락에 저항할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생멸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쇠퇴하는 조직들은 내외부 신호에 대한 둔감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도전자가 나타나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된다거나, 조직의 중요한 인재들이 이탈해도 아직 우리 회사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식이지요. 과거 성공의 경험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코닥과 노키아와 대형 항공사와 야후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례들을 셀 수 없이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는 흔합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도 영국해군(그것도 해적들로 구성된)에게 무너진 것은, 영국 해군의 기동전술을 무시하고 배에 올라타서 육박전을 벌이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전술을 고집한 스페인 해군 지도부의 오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오만은, 인적 구성의 폐쇄성을 통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질성 높은 사람들로 리더십이 구성되면 집단사고는 더욱 강화되고, 외부신호는 무시되며, 특권층이 득세하게 되지요. 엔론의 사례는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들도 이런 이유로 몰락을 경험했습니다. 이와 관련, '제국의 미래' 라는 책으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교수는 제국의 성장과 몰락을 모두 설명하는 키워드로 관용성을 듭니다. 성공한 제국은 다양한 민족 가운데서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심지어 로마는 이민족출신 황제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용성이 사라지고 특권층이 등장하는 순간이 바로 제국의 몰락이 시작되는 때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제가 최근 듣게 된 여러 이야기들은 아주 두렵게 느껴집니다. 정부 주요보직에 가려면 일 잘 하는 것보다 누구누구의 줄을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수군거림. 전성기를 구가하던 기업들의 제품에 문제가 생긴 것은, 그런 문제의 가능성을 내부에서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우수인력이 현지에 남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 젊은 인재들이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다는 뉴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이 헛된 루머나 선정적인 과장에 불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주 고전적이고도 전형적인 몰락의 징후들과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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