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우에도 성공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웠던 큰 제국들의 화양연화도 생각보다는 짧습니다. 로마제국의 예외를 제외하면 몽골, 스페인, 영국과 같이 그야말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들은 대략 100년 정도의 기간이 지난 다음 그 패권을 다른 국가에 넘기고 쇠락해갔습니다. 이제 60,70년쯤 된 미국의 전성시대가 과연 얼마나 더 갈지 전문가들의 예측이 분분한 것도 이런 역사적 통찰 때문이겠지요.
기업의 생멸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쇠퇴하는 조직들은 내외부 신호에 대한 둔감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도전자가 나타나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된다거나, 조직의 중요한 인재들이 이탈해도 아직 우리 회사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식이지요. 과거 성공의 경험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코닥과 노키아와 대형 항공사와 야후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례들을 셀 수 없이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는 흔합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도 영국해군(그것도 해적들로 구성된)에게 무너진 것은, 영국 해군의 기동전술을 무시하고 배에 올라타서 육박전을 벌이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전술을 고집한 스페인 해군 지도부의 오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오만은, 인적 구성의 폐쇄성을 통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질성 높은 사람들로 리더십이 구성되면 집단사고는 더욱 강화되고, 외부신호는 무시되며, 특권층이 득세하게 되지요. 엔론의 사례는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들도 이런 이유로 몰락을 경험했습니다. 이와 관련, '제국의 미래' 라는 책으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교수는 제국의 성장과 몰락을 모두 설명하는 키워드로 관용성을 듭니다. 성공한 제국은 다양한 민족 가운데서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심지어 로마는 이민족출신 황제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용성이 사라지고 특권층이 등장하는 순간이 바로 제국의 몰락이 시작되는 때라고 주장합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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