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르네상스호텔 폐업…회원들은 점거·소송제기 '시끌'
센터 문닫기 이틀 전 통보에 '반발'…회원 상당수 전현직 정치인·법조계 인사
강남구청 면담·스포츠센터 점거 등…호텔측 10일 폐쇄 예정 통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강남의 랜드마크인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이 문을 닫는 과정에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호텔 스포츠센터 회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영업종료가 통보되면서다. 회원들 중 상당수는 전현직 정치인과 법조인 등인데, 인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회원권을 하루 아침에 날리게 됐다. 이들은 현재 소송을 제기하고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는 동시에 스포츠센터를 점거하는 등 극한 반발을 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측은 지난달 28일 회원들에게 이틀뒤인 30일 스포츠센터 운영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법조인 회원 등 유명인사들은 '르네상스 스포츠센터회원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철거를 막기 위해 스포츠센터를 당번을 정해 점거에 나섰다. 한 회원은 "회원들 중 상당수가 70~80대의 원로들이라 젊은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스포츠센터를 점거하고 있다"며 "다행히 법조인들이 많아 빠른 대응이 이뤄졌지만 모두 갑작스레 뒤통수를 맞아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로 처음 문을 연 이 호텔은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위치해 강남의 랜드마크로 유명세를 떨쳤다. 호텔이 위치한 사거리는 '르네상스 호텔 사거리'로 불렸다. 호텔의 유명세만큼 이 곳 스포츠센터에도 각계 각층의 원로들이 모여들었다. 약 500명에 달하는 회원들 중 전직 장ㆍ차관은 물론 정계ㆍ법조계 원로들도 상당수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다닌다는 소식이 이 호텔의 회원권은 한때 2000~3000만원에 거래되곤 했었다.
이 호텔이 문을 닫게 된 건 주인이 바뀌면서다. 삼부토건의 자회사인 남우관광이 지난 5월 이 호텔을 VSL코리아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다. VSL코리아는 총 매각금 6900억원 중 10%인 690억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했다. 문제는 주인이 바뀐 이후 지난달까지 11월 진행되는 가을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회원들에게 연회비를 걷는 등 영업이 종료되는 기미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호텔이 정식 영업을 종료한 지난 6일 직전까지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단체 투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 체불 등으로 갈등을 겪던 호텔 노조와도 영업 종료 직전 300억원을 주고 합의를 이뤘다.
스포츠센터 회원들은 지난 5일 강남구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도 면담을 앞두고 있다. 주 요구사항은 회원권 보증금 반환 등 회원들과 운영사간의 갈등이 해결되기 전까지 철거를 금지해 달라는 것이다. 구청측은 인수자인 VSL코리아와 접촉해 전 운영사인 남우관광과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남우관광 측에서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호텔 철거와 향후 개발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심의가 끝났지만 아직 구청으로 허가가 들어오진 않았다"며 "시행사인 VSL코리아를 통해 남우관광과의 협의를 시도했지만 아직 입장 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자체적으로 회비를 거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오는 10일까지 주차장과 헬스장의 출입이 허용된 만큼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점거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들의 손해액은 평균 1000만원 수준으로, 올해 낸 연회비와 부대비용 등 250여만원에 대해서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한 회원은 "강남 한복판에서 사회지도층들이 모인 스포츠센터를 이런 식으로 운영 종료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남의 눈을 의식해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인데도 이번에는 사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VSL코리아는 부동산 자산관리회사(AMC) SLI를 설립해 옛 르네상스 호텔 개발사업에서 투자 유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조남원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아들인 조창연씨가 SLI의 고문을 맡아 투자유치에 참여하고 있다. 조씨는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 LGㆍGS가 등 재벌가와의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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