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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한참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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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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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굴 러시아 월드컵 축구의 아시아 최종 예선이 시작됐다. 중국과의 첫 게임에서 3대 2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일방적인 게임은 재미가 없다. 엇비슷해야 보는 재미가 있다. 스포츠가 팬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공정한 게임의 룰에 있다. 규칙 자체가 불공정하거나 심판이 한쪽 편을 든다면 게임의 승부는 뻔하다. 예를 들어 운동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격하는 팀은 힘들이지 않고 골을 넣게 되고 수비하는 것도 너무 쉽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전 세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의가 거세다. 미국은 물론 세계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불리는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2014년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사실은 1867년에 쓰인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인세의 상당부분은 마르크스에게 줘야 한다. 피케티 책 인기의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 전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집중도가 미국(48%)에 이어 선진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는 것이다. 일본(41%)과 영국(39%)보다 높은 것은 물론 프랑스(32%)와 호주(31%)에 비해서는 한참 더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집중도가 1995년 29%에서 2012년 45%로 급속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1998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분배구조 악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왜 문제가 되나? 정보 비대칭성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13년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그에 따르면, 25년 전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일반 근로자의 30배정도였지만, 현재는 200배를 넘었다고 한다. 이처럼 심각한 ‘불평등의 대가’는 심각하다. 사회통합력을 저해하고 사회갈등을 심화시키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함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생긴다. 공교육을 비롯한 공공 투자가 감소하고 경제의 이동성이 하락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 공정한 승부 의식, 기회균등 의식, 공동체 의식 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조세개혁이다. 조세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소득세 및 법인세의 누진성을 강화하며, 상속세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둘째는 기회균등 의식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중하위 계층의 공교육과 서민금융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고, 실업보험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축적된 자산이 없는 서민들은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직업훈련과 실업보험의 내실화를 통해 서민들이 일자리를 쉽게 찾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에 의한 공공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서민들의 일자리와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부자 나라와 자유 시장경제를 대변한다고 알려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조차도 포용적 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이란 국민들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정치와 시장경제 시스템, 그리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다.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드는 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시급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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