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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급증하는 몰카 범죄...단속현장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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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잡아내는 ‘여성안심보안관’ 하루 동행

3일 여성안심보안관이 화장실 옷걸이에 몰래카메라가 없는지 몰래카메라 탐지기로 점검하고있다.(제공=금천구)

3일 여성안심보안관이 화장실 옷걸이에 몰래카메라가 없는지 몰래카메라 탐지기로 점검하고있다.(제공=금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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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각도가 중요해요 각도가. 문고리, 옷걸이 이런 데 잘 살펴봐야 한다니까."

3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공원 화장실 안. '여성안심보안관'이라고 새겨진 감청책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김을직(여·53)씨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전기처럼 생긴 몰래카메라 탐지기로 화장실 변기와 휴지통 앞을 쓱 훑었다. 전자파를 감지하면 빨간불이 들어오는 몰카 탐지기는 공원 내 화장실 2곳 총 6칸을 점검하는 동안 잠잠했다.
몰래카메라 관련 범죄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발생한 몰카 관련 범죄는 2012년 990건에서 2013년 1729건, 2014년 2630건, 2015년 3638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서울시는 이러한 몰래카메라 범죄를 줄이기 위해 올 8월부터 '여성안심보안관'을 도입했다. 몰카 탐지기 활용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25개 자치구에서 2인 1조로 공공청사, 개방형 민간건물 화장실, 시 운영 체육시설 탈의실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몰래카메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할 경우 신속한 대응도 가능하다.

이날 이틀간의 교육을 마치고 여성안심보안관으로 첫 근무를 시작한 김 씨와 그의 파트너 전모(여·62)씨는 공원 화장실 점검을 마친 뒤 근처 체육센터로 발길을 옮겼다.
몰래 카메라가 많이 발견되는 위치

몰래 카메라가 많이 발견되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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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 점검 차 나왔습니다. 오래 안 걸리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체육센터 탈의실을 점검하기 위해 양해를 구한 전씨는 탈의실 앞에 점검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웠다. 그 사이 김씨는 탈의실 불을 끄고 몰카 탐지기의 전원을 켰다. 탐지기가 전파를 제대로 감지하려면 화장실 전원을 차단하고 점검을 해야 한다.

김씨는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침착하게 샤워기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14평 남짓한 피트니스센터 탈의실에는 샤워실도 함께 있었다. 몰카 탐지기로 샤워기 8개를 검사한 김씨는 옷보관함 문고리와 환풍기 등에도 탐지기를 갖다 댔다.

"로션병, 헤어 드라이기도 주요 몰카 장소에요. 몰카범이라면 어디서 찍을까 생각하면 답이 나오죠." 김씨는 각도를 강조하며 탈의실 구석구석을 탐지기로 훑었다. 탈의실 몰카를 점검하는데 시간은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몰카 점검을 낯설어하면서도 호의적이었다. 금천구청 역에서 만난 대학생 장모씨(여·21)씨는 "몰래카메라를 잡아내는 여성안심보안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요즘 몰래카메라 범죄가 많다던데 주기적으로 몰카 점검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몰카 점검을 알리는 표시판을 보고 "이게 뭐하는 거냐"며 궁금해 하다 설명을 듣고는 "몰카가 있으면 잡아야지"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점검 안내판을 화장실 앞에 세워두고 있다.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점검 안내판을 화장실 앞에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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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행 첫날인 만큼 점검 중이라는 표지판을 세워둬도 화장실로 들어오는 시민들이 많았다. "금방 쓰고 나가면 안 되냐", "여자끼린데 뭐 어떠냐"며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거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왜 여자화장실만 하냐, 남자화장실은 점검 안하냐"며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여성안심보안관 이씨과 전씨가 함께 점검한 곳은 구청, 공원, 지하철 역 화장실 35칸과 피트니스센터 탈의실 1곳이었다. 33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조끼가 땀으로 흥건히 젖을 만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몰래카메라는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오후시간 내내 점검 표지판을 들고 다닌 전씨는 "몰래카메라가 한 건도 안 나온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만약에 발견됐다면 시민들이 더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구 여성보육과 여성정책팀 관계자 역시 "여성안심보안관의 역할은 CCTV라고 보면 된다"며 "몰래카메라를 직접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차원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여성안심보안관과 함께 몰카 점검뿐만 아니라 몰카에 대한 경각심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도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여성안심보안관은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활동한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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