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는커녕 축사도 못짓는다…수도권규제 논란 재점화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토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한 수도권 규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도권에 기업유치는 물론이고 축사신축도 어려운 현재와 같은 규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단체와 일부 학계,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은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추진키로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사파이어룸에서 개최한 '수도권규제, 쟁점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수도권규제 개정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수도권규제로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보다 3.1배 많다"며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때문에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수도권에서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액(Outward FDI)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액(Inward FDI)보다 2.6배 많다"며,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도권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한 송석준 새누리당 의원(이천)은 "지난 10년간 이천지역은 자연보전권역 제한 때문에 유망한 100인 이상 기업 6곳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레고 그룹은 1999년 이천에 60만㎡ 규모의 레고랜드를 설립하려 했으나 수도권 규제에 막혀 투자를 포기한 바 있다.
이천의 대표기업인 하이닉스 역시 공장 증설이 여의치 않다. 여기에 4년제 대학을 설립하려해도 수도권 규제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송 의원은 "수정법이 오히려 지역격차를 심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법 제정 취지와는 상반된 결과만 야기한다"며, 수정법 폐지를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1세기는 대도시권간의 경쟁이 국가 간의 경쟁을 좌우하고 있는 구도로 변모하고 있는데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발전을 도모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 영국, 프랑스 역시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집중억제정책을 유지했지만 80년대 이후 폐기했다"며, "현재 이들은 동경, 런던, 파리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수도권 발전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 추세와 수도권 규제의 부작용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에 의한 계획적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과제로는 ▲낙후된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과밀억제권역 도시첨단 R&D단지 조성 ▲입지규제 대신 합리적 수준의 성능규제방식의 우선 활용 ▲도심 첨단산업단지 조성 위한 공업용지총량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수도권은 중복규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화군 등 접경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인 동시에 수정법 대상 지역으로, 산업단지 개발이나 토지 거래에 제한이 있어 농촌축사를 새로 짓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 의원은 "영종 복합리조트 사업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 적용되지만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투자자 유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정법 폐지가 어렵다면 농어촌지역, 경제자유구역, 공항-항만 배후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유예하자는 것이 최근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한강수계인 충북 음성과 경기 광주 간 토지이용 규제차이가 크다는 사례를 들며 수도권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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