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재계와 주요 경제 단체들은 이번 정부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 발표를 꺼리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의 군사ㆍ외교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국가경제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언급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계나 경제단체들의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사안인 데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미국과 반대하는 중국 모두 주요한 무역상대국이라는 복잡한 함수에서 비롯된다. 찬성한다면 중국에, 반대한다면 우리 정부와 미국에 각을 세우는 꼴이 되는 것이어서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는 중이다.
무역과 투자, 서비스 등에서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을 재계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26%로 미국과 일본의 합계를 넘어선다. 무역흑자도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기록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만 697억달러에 이른다.
사드 배치 후보지에 소재한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군 안팎에서 영남권의 칠곡ㆍ양산ㆍ성주ㆍ예천ㆍ포항 등이, 경기도에서는 평택ㆍ오산 등이 거론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영남권에 소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사드 후보지로 결정되면 송전탑이나 발전소부지 논란을 넘어선 지역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전자파가 주민과 근로자, 생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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