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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산으로 가는 금융권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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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와 달리 노사문제 변질…정부도 노조도 냉정해져야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행장 임기 얼마 남았나. 당장 정부에서 하라니까 하는 것이겠지만 잘 생각해라. 평생 하는 행장 아니지 않나. 퇴임해도 소송당할 수 있다. 좋은 타이틀을 가진 분이 왜 후배들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려 하나"

최근 한 국책은행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 소속 한 의원은 행장을 향해 "소신 발언을 듣고 싶다"며 이같이 물었다. 해당 은행장은 "금융권은 이미 저수익 국면에 들어섰고,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선 역량있고 경쟁력을 갖춘 직원을 보상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소였다.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노사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금융공기업에서 사장이 사표를 던지는가 하면, 도입 금융기관 대부분이 노조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권은 이미 노사문제로 접근해 조사를 벌였고, 20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아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책임자를 출석시키겠다고 했다.

실제 조사현장에서는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었던 대신 '폭압ㆍ강압ㆍ인권유린'이라는 단어가 오갔다. 사측을 향해 고소ㆍ고발을 예고한 노조는 비통한 분위기의 배경음악과 함께 성과연봉제 도입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날을 은행의 기일(忌日)에 비유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몇몇 노조원은 "선배가 어떻게 후배에게 이럴 수 있나"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매년 초 업무 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개별 인사평가를 실시해 각자 역량에 따른 보상을 받는 과정이 성과연봉제의 핵심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 성과주의가 어쩌다 금융권에서 '인권유린'까지 운운할 사태로 변질됐을까.
정작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시중은행 근무자는 "은행원은 사실상 혼자 하는 일이 없다. 지점 단위의 협업이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또 다른 근무자는 "은행원이란 이유만으로 개별성과를 따질 수 없다는 건 자기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놨다. 다만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는 부분은 '금융업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금융업의 특수성에 맞는 개별평가안'을 찾는 것이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의 핵심인데, 정작 이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감정 싸움'만 남은 꼴이다. '도입 시한'을 박아두고 성적표만 들고 기다린 정부, '성과' '평가'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노조,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년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금융권의 미래 생존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걱정거리다. 그 우려에서 출발한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어쩌다 이렇게 산으로 가게 됐을까.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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