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을 주도해온 야3당은 즉각 반발했다.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통해 법안을 확정짓겠다는 뜻을 모아 이날 국무회의 직후 발표했다. 정국경색은 불 보듯 뻔해졌다.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도 물 건너갔다. 국회와의 격한 갈등 속에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7개월을 험난하게 보내게 됐다. 얼핏 무리수로 보이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식물정부 만드는 법…"절대 수용 못해" = 박 대통령은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박근혜표'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유승민파동을 부른 국회법 개정안까지 이어지며 사사건건 국회와 대립했다.
거부권 행사가 31일 혹은 내달 7일 이루어질 것이란 대체적인 예상을 깨고 27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서둘러 처리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19대 국회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느냐는 법리해석 논쟁이 있다는 점에서, 19대 회기 중 거부권을 행사해 관련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27일은 19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회기 중 본회의 개최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9대 국회가 끝나면 법안은 동시에 폐기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政, 폐기논란 국회로 넘기고 '위헌성' 강조 = 법안을 되돌려 받은 국회는 여와 야로 나뉘어 치열한 법리논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법안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인데, 일단 정부는 직접 해석을 자제하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임시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따르면 임기만료에 대한 안건은 폐기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앞으로 국회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처장은 또 "19대 안건이기 때문에 만료시 자동폐기 된다 또는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 총리는 이어 "국정에 큰 부담이고 국민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상시적으로 개최되는 청문회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방대한 자료 제출, 증인 출석 등 행정부의 업무 마비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많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ㆍ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내달 5일 귀국하는 박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배경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위기상황을 고려해 행정부가 일을 못하는 상황을 막아야 민생경제도 살 수 있다는 방식의 대국민호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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