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수출부진의 파장은 크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내수규모가 작다. 그만큼 수출의존도가 높다. 수출부진은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 대기업이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이 부진하면, 납품 중소기업의 매출이 감소한다. 근로자의 월급도 준다. 소비침체가 발생한다. 수출이 부진하면 소득분배가 작동하지 않고, 소비침체가 불가피한 구조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환율이다.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원화의 가치를 낮춰 수출을 꾀하는 방법이다. 지난주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중국, 일본, 독일, 대만과 함께 환율정책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명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즉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고 미국이 옐로우 카드를 준 것이다. 환율을 통한 수출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 대상국의 경기부진도 한몫을 한다. 남미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다. 남미 최대 강국인 브라질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럽다. 지카 바이러스까지 겹쳐 올림픽 특수도 미미하다. 유럽은 경기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도 안 먹힌다. 돌파구가 안 보인다. 중국도 경제성장 부진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경제가 경착륙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또한, 동남아, 중동 등 개발도상국의 성장도 예상처럼 빠르지 않다.
무턱대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쉬운 참여 방법은 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치사슬에서 제조가 가장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중국의 팍스콘이 사례다. 팍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70%를 생산한다. 아이폰은 대당 170여만 원에 팔린다. 그러나 팍스콘의 순이익은 대당 4천200원에 불과하다.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이 이익을 독점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해외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해외투자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해외투자는 생산기지 이전을 의미한다. 생산기지가 이전하면 국내 일자리가 없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해외투자와 수출은 분명히 정(+)의 관계를 갖는다. 해외투자가 확대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맞다. 그러나 수출이 늘면서 거기서 일자리가 생긴다.
더욱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수출부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한국의 제조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인건비와 토지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경쟁국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 국내 제조를 통한 수출을 고집한다면 한계는 분명해진다. 이제 국내는 기술개발과 마케팅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지식서비스업이자, 산업의 구조조정이다.
정부도 국내투자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해외투자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짜임새 있게 촘촘히 짜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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