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 여자친구와 대학가 근처 데이트에 나선 김모씨(28). 배부터 채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중 돈까스 가게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입간판에 적힌 돈까스 가격은 5900원. 시중가격 7000~9000원에 비해 꽤 저렴한 가격이었다. 일반 돈까스 2개를 주문한 김씨 커플. 하지만 소스 가격은 500원~1000원씩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김씨는 “결국 같은 값에 돈까스를 먹게 됐다”며 “다양한 소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해놓고 소스값을 따로 받는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하소연했다.
#. 직장인 고모씨(31)는 쿡방 마니아다.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음식 레시피 정보를 얻을 때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의 취미는 요리. 특히 다양한 세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찜해둔 ‘멕시코 요리’에 필요한 소스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를 찾은 고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필요한 소스의 가격이 병당 1~2만원. 고씨는 “소스 가격을 보고 오히려 사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여기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소스류·드레싱류 편)' 보고서에 따르면, 찌개 양념장 판매는 2014년 기준 전년대비 8.3% 늘어난 데 이어 2015년 상반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스류 및 드레싱류의 국내 생산 규모는 2014년 기준 총 생산량 61만6000t, 총 생산액 1조3458억원으로, 생산량은 2007년 약 37만8000t에서 6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액은 약 6837억원에서 96.8%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최근의 집밥, 쿡방 열풍으로 기존 고기 양념장 외에도 찌개, 볶음, 조림 등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한식소스 출시로 인해 판매실적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스류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대도 다양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소스류 소비 트렌드 변화. 대용량 제품에서 비교적 간편하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제품들이 다양한 가격대로 출시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소스의 주 수요처인 기업 간 거래(B2B)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외식프랜차이즈 가맹점이 6만8068개에서 8만4046개로 1만5000개가 넘게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소스류 가격이 높다고 체감하는 것은 이 같은 B2B거래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저렴한 가격을 홍보하기 위해 주 메뉴의 가격은 낮추면서 소스가 추가 될 때마다 높은 추가 요금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스를 이제 덤이 아닌 하나의 메뉴의 개념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스에 가격이 매겨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메뉴의 가격만 보고 주문했다가 당황한 일을 겪거나 쿡방의 레시피만 믿고 장을 보러 가 높은 재료비에 놀라는 일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공짜로 주는 것에 가까웠던 소스에 돈을 내려니 괜히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스의 종류도 맛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한끼 식사로 6000~7000원을 지불하는 시대에 굳이 소스 가격까지 따로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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