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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뒤따라가 몰래 상반신 촬영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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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력특례법 위반 무죄 취지 판단…"성적 수치심 신체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피고인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나….”

여성을 뒤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뒤 둘만 있는 자리에서 몰래 상반신 촬영을 했다면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죄가 된다”는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A씨는 2014년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레깅스 차림의 여성 B씨를 뒤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했다. A씨는 B씨 상반신을 중심으로 몰래 촬영했다. B씨는 상의는 회색티, 하의는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B씨는 A씨가 몰래 촬영하는 장면을 엘리베이터 거울을 통해 확인했다. 휴대전화 촬영음도 들었다. B씨는 현장에서는 무서워서 대응하지 못했고, 이후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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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49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부분 또는 다리 부분을 그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의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했다”면서 A씨를 기소했다. B씨는 물론 다른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얘기다.
A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를 받았다. A씨가 B씨를 뒤따라가 촬영을 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A씨는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동영상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B씨가 평소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어서 뒤따라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렇다면 A씨의 행위는 어떤 법적 판단이 내려질까. 의외로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1심은 A씨 휴대전화에 담긴 다른 사람 사진들 역시 “여성의 옷차림이 선정적이거나 노출 정도가 심한 경우는 없으며, 긴 바지, 레깅스 또는 유사한 스니키진을 입고 있거나 치마 또는 반바지에 검정색 스타킹을 신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다. 검찰은 “약 5개월에 걸쳐 피해자 여성들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및 레깅스, 스키니진, 스타킹 등 다리에 달라붙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 등을 근접 촬영한 사진들이 210여 장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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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만 원, 24시간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은밀히 이루어진 촬영 경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B씨 이외 다른 사람 사진의 경우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한 사진 촬영 행위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촬영된 B씨 신체 부위가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회색 긴 티셔츠 위에 모자가 달린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어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노출된 신체 부위는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진에는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제외한 상반신 전체가 촬영됐고, 특별히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가슴의 윤곽선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면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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