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롯데타워 추락방지망 설치하는 장영신 반장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장영신 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59)을 처음 본 건 롯데타워 상량식 홍보영상에서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층에서 그는 막같이 생긴 천을 들고 발 하나 걸칠 만한 철골 사다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영상 속의 그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서 안전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행사가 끝나고 문득 하늘에서의 그의 삶이 궁금했다. 상량식 대들보에는 이름을 새기지 못한 '총 공사 인력 500만명' 속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도곡에서 일 끝나고 만납시다"라고 했던 장 반장을 6일 그의 집 근처인 쌍문역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장 반장이 낙하물방지작업(낙방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2년 7월께다. 그는 지금의 롯데월드타워의 지하 6층부터 기초 터파기 공사때부터 일을 해왔다.
고층까지 그의 임무는 물건이 밑으로 떨어지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정된 사다리를 중심으로 추락망을 설치하는 것. 사다리가 설치되면 밟고 올라간 뒤 망들을 씌우는 식이었다.
여느 공사현장이 그렇듯 낙방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건물이 올라갈 수록 추락망을 설치하는 데는 세심한 작업이 필요했다. 공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부들도 밑을 내려다 보고는 두번 다시 오지 않았다.
아득한 120층 높이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일. 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두려움이야 누구나 있죠. 저희는 담이 큰 것도 있고, 밑에서 부터 작업을 해 올라보니(두려움이)좀 덜합니다."
29년간 공사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지만 물론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은 사다리가 고정된 와이어를 다른 인부가 실수로 풀어 놓아 추락할 뻔한 경우도 있었다. 지상과 4~5도 차이나는 고공에서의 추위와 더위도 장 반장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안전의 기초이자 공사의 시작이었기에 미룰 수는 없었다. 장 반장의 추락망이 사람을 살린 경우도 있었다. 그는 "한 70층에서 사람 두 분이 떨어지다 추락망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추락망이 설치된 지 한 시간도 채 안된 때였죠"라고 회상했다.
고공에서 남들과 다른 긴장 속에서 지내는 만큼 남들은 못 보는 광경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매일 고공에서 정동진이 부럽지 않은 해를 바라보며 위안을 받을 때가 많았다. 물론 무엇보다 가장 위안을 주는 건 사람이었다. 그가 눈물을 글썽이며 했던 이야기다.
"한 달 전 쯤 추락망 설치를 하는데 이슬비가 왔어요. 망을 설치하려고 준비 작업을 하는데 현장 소장님이 오셔서 밑을 보신 거에요. 갑자기 작업중단을 시키셨는데 저희는 후공정이 바빠서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희가 안하면 다들 그날 일을 공치게 되니까요. 몇 분 후에 반장님이 '그러면 조심하시면서 하세요'라며 짜장면 값 5만원을 주시더라구요. 그게 머릿속에 감회 깊게 생각이 납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장이었던 롯데타워를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장 반장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서 작업을 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껴요. 건물이 완공되고 일가친척 손주들 다니면서 저 건물 내가 지었다고 뿌듯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좋구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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