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식음료업계의 최근 잇따른 제품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정부의 표정이 달라졌다. 유례없는 저물가시대를 맞아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함에 따라 미묘한 변화가 읽힌다. 과거보다는 물가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물가가 서민들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목표물가를 넘어서는 수준까지는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주, 탄산음료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라면, 맥주 등 주요 식음료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주의 경우 최근 참이슬 가격이 5.62% 인상된 이후 지방 소주의 가격이 올랐고, 이제는 처음처럼 가격 인상도 기정사실화 됐다. 코카콜라 음료는 지난 1일부터 스프라이트 5개 제품의 공급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소주에 이어 맥주업계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맥아, 홉 등 가격이 많이 오르고 할당관세가 폐지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맥주업계에서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는 지 아직 파악된 것은 없다"면서 "과거 맥주 담합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이후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라면 가격인상은 사실상 진행 중이다. 각 라면업체가 최근 고가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주력상품으로 육성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이미 꽤 오른 셈이다. 더욱이 2013년 이후 오르지 않은 밀가루 가격이 오르게 되면 라면은 물론 과자 등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고민은 여느 때와 다르다. 과거 고물가 시대에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들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책당국이 시장의 물가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물가인상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MB물가'를 만들어 따로 관리할 정도로 물가인상 억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뉘앙스가 바뀌었다. 여전히 "지켜보겠다"고 말을 하지만, '민생에 해를 끼치거나 과도한 가격상승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올들어 과도하게 낮아진 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유가가 올해보다 오를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최근 급락하는 유가 추이를 볼 때 달성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저물가는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물가와 해외물가 간 동조성 확대, 유통구조 혁신 등 공급측면 구조변화 등으로 추세적 물가상승률은 과거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소비·투자촉진 등을 통해 내수기반을 강화하고 적정 수준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관리해 수요측 물가관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D

이 같은 저물가는 소비·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때문에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으로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함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 디플레이터를 합한 개념으로, 정부가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의 뉘앙스 변화에도 이런 정책 변화가 반영됐다. 하지만 "물가는 민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과도한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심도 감추지 않았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