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금융당국이 다음주 발표 예정인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10여개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00여개에 이르는 이른바 '좀비기업'(만성적 한계기업)의 위험성과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다. "한국은행은 페이퍼상 인식하는 것이며 실제는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 평가를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 7월 정기평가 때 선정했던 구조조정 대상보다 적을 것"이라며 "한 차례 검증한 이후에 추가로 하는 것이며 조선업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이 많이 됐고 건설업도 수년째 구조조정을 해 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 평가에서 572개 업체 중 35개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올해는 보다 엄격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방침에 따라 368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추가 수시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대상 기업 수가 적고 재차 검증에 나서는 것이므로 구조조정 대상은 10여개로 예측된다. 그렇게 되면 올해 금융당국이 솎아내는 구조조정 기업은 모두 50개 안팎이 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와는 격차가 큰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 중 과거에도 한계기업 경험이 있었던 만성적 한계기업이 최근 크게 늘어 2561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만성적 한계기업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생각은 다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기업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일시적 어려움일 수 있으며 영업현금흐름, 자본잠식 여부, 영업 외 다른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발표처럼 이자보상비율 하나만으로 좀비기업이라 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측과 간접적으로 페이퍼상, 숫자상으로 시장 상황을 접하는 측과는 시각 차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가계 부채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화되고 있지만 이 역시 금융위와 한은의 시각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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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기업과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23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기업과 가계 부채에 대한 최근 국내외 진단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정부가 취약 요인으로 진단해 대비해 온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은 사실을, 금융당국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얘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 "정확한 실상은 한국은행 데이터가 잘 말해주고 있으며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상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래도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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