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뉴스 읽기
무디스가 매기는 등급은 총 21개인데 그 중에서 세번째니 우리로선 처음으로 받아낸 놀라운 '국제적 신용'이다. 피치와 S&P에게서 받은 평가까지 합친다면 3대 신용기관이 모두 우리의 신용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인정해준 셈이 된다. 안에서 보는 평가와 밖에서 내리는 진단이 이리 다르니, 느닷없는 칭찬에 우리가 어리둥절해질 판이다. 경제가 난리났다면서 법안 고쳐서 기업이 일하기 좋도록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고 국회를 험하게 압박까지 해온 대통령은 갑자기 민망해질 법하다.
무디스가 등급을 상향한 근거는 재정과 대외안정성이다. 즉 외환보유액(3684억 달러, 11월말 기준)과 4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기록을 본 것이다. 그들이 판정한 우리의 신용은 '돈을 많이 지니고 있고 계속 돈을 지닐 수 있는 구조의 측면'이다.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만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표일 뿐이며, 지표가 실물과 시장을 다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맹점을 더불어 가지고 있는 숫자들이다.
IMF 위기가 있던 1997년 이전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당시로선 최상 상태를 유지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뚜렷하다. 무디스는 8년째 5등급을 매겼고 S&P도 3년째 당시 최대등급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현장에서는 이미 기업들이 허물어지고 부실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표와 실물이 따로 놀 때, 신용평가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말해준다. 당시 경제관료들은 이 지표를 근거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던 그날까지 말이다. 그 당시의 악몽이 정부 곳간에 달러를 저만큼 쟁여놓은 계기이기도 하다.
한편 신용평가 이면에 감춰진 성장동력 상실과 기업경쟁력과 생산성 하락, 노동문제의 악화 등 경제전방의 부정적 측면이 과소평가될 위험도 있다. 과대한 평가도 문제지만 그 리스크를 얕잡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다. 가계와 기업 위기의 뇌관을 제거하는 노력의 중요성은, 이 평가를 계기로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 사실은 칭찬을 담을 수 있지만 진실은 위기를 가릴 수 없다. 이게 신용상향에 담긴 진짜 의미인지 모른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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