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미국 화학업계의 두 라이벌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이 손을 맞잡을 경우, 농업·산업용 화학·플라스틱 분야를 지배하는 거대 '화학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다우케미컬이 이번주 안에 듀폰과의 합병을 발표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혹시라도 규제 당국의 반대로 합병 딜이 좌절될 경우에 관한 협상만이 마지막으로 남았다"고 보도했다. 시가총액이 각각 600억달러(약 71조원)대인 두 기업의 합병은 세계 화학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을 합쳐 900억달러(약 101조원)가 돼, 세계 1위인 독일 기업 바스프를 앞지르게 된다. 시가총액으로는 1300억달러(약 153조원)의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로이터통신에 "마치 펩시와 코카콜라가 합병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 분야에 큰 변화가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합병 법인이 세계 농약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세계 종자 시장에서는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내에서는 옥수수 시장의 41%, 콩 시장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나 업계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 보지만, 농부들은 종자와 농약값이 오를까 걱정한다. 미 아이오와주의 농부 칼렙 헤이머는 "듀폰에서는 종자를, 다우케미컬에서는 제초제를 구입하고 있다"며 "합병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이 활발해질 수도 있지만, 가격이 오를 것 같아 두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국농업협회(AFBF)도 "2002년 이래 농가 이윤이 최저치로 하락한 상태이다. 농업 분야에서 추가 합병이 일어나는 일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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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케미컬과 듀폰은 올 들어 달러 강세와 수요 감소 여파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드는 등 성장이 주춤한 상태였다. 두 회사 모두 헤지펀드 주주들로부터 비용을 절감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화학업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경기 침체에 몰린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벌어졌다. 지난달 세계 1위 제약업체인 미국 화이자는 아일랜드의 엘러간이 1600억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고,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에는 생명공학회사 몬산토가 스위스 신젠타를 46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다가 포기했다.


다우케미컬과 듀폰은 모두 아직 합병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합병 후 농업, 특수 소재, 산업용 화학 등 3개사로 회사를 분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반독점 규제를 까다롭게 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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