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때 '두사부일체'라는 영화가 흥행몰이를 한 시절이 있었다. 임금, 스승, 아버지는 한 몸과 다름없다는 '군사부일체'를 살짝 바꿔 제목으로 활용한 재치가 인상적인 영화다. '두사부일체'의 머리 두(頭)는 조폭 두목을 뜻한다. '두사부일체'가 성공하자 몇 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지만 전편의 흥행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뜬금없이 조폭 영화를 거론한 이유는 십 수 년의 공백기를 깨고 시리즈의 맥을 잇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청사부일체'쯤 되지 않을까? 청와대와 스승, 아버지가 한 몸이라는 패러디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립대학교 총장 선출방식이 영화의 배경이다. 지난 8월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자살 이후 국립대 총장의 직선제 논란은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동안 예산 지원을 무기로 내세워 간선제 도입을 종용했던 교육부는 아예 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해 간선제 법제화를 선언했다. 대학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법제화가 불가피하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간선제가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체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온갖 비리로 몸살을 앓던 한체대는 2013년 이후 4차례나 총장 후보를 바꿨다. 그러나 청와대와 교육부는 2년간 특별한 사유도 없이 퇴짜만 놓았다. 학계에서는 청와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거부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친박계로 꼽히는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체대의 신임 총장으로 임용되자 의혹은 '사실'이 됐다. '어용 총장'이라는 비난도 들끓었다.
경북대, 방송통신대, 공주대 등 국립대 3곳은 아직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각 대학의 추천을 받은 총장후보자들은 뚜렷한 사유도 없이 거부당했다. 패턴이 유사하다. 후보자 3명은 현재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바지사장'이고 사실상 청와대가 국립대 총장 임용권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국립대 총장 간선제의 법제화가 자칫 정권의 대학 길들이기나 낙하산 인사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다. 영화 '청사부일체'의 제작포기 소식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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