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거래소 지주사 전환, 노조 반대와 부산 민심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부산을 가자니 노조가 걸리고, 노조부터 만나자니 부산이 걸리네요."
15일 한국거래소의 안방 살림과 경영전략을 새롭게 맡은 안상환 경영지원본부장(부이사장)이 취임 직후 한 말이다.
이 말에는 요즘 거래소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다. 거래소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부산 지역, 거래소 노조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떤 실타래부터 풀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 부이사장은 당초 부산부터 풀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15일 주주총회에서 부이사장으로 선임되자마자 다음 날인 16일 부산행 첫 항공편을 예약했었다.
부산 지역 언론인들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상공인들을 만나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한 협조와 이해를 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 부이사장은 15일 오후 늦게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부산행 항공편을 취소해야만 했다.
최경수 이사장의 전화였다. "내일(16일) 오후에 노조와 만나야 하는데 신임 부이사장이 동석해야겠다"는 내용이었다.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주 내용으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장기간 표류하면서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던 거래소 노조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노조는 14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경영진은 거래소 지배구조에 대한 소아(小兒)적 집착을 버리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유관기관ㆍ지역 간 갈등만 심화시킨 지주회사 법안 통과 관련 합의와 약속을 즉각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서 하나로 거래소 경영진은 처음부터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부 결속도 안 된 상황에서 외부 세력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안 부이사장이 부산보다 노조와 먼저 만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22, 23일 양일간 국회 법안 심사 소위를 통과해야 한다.
그 전에 노조로부터 동의와 양해를 구하고, 부산 지역 민심도 달래야만 한다. 거래소 선진화를 위한 길에는 여전히 헤쳐나갈 장애물이 산적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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