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법 금지한 예산 지원방식…정치권 의례적으로 생색내기로 활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내년 예산에 포함된 경로당 난방비 300억6300만원 지원을 둘러싸고 볼쌍사나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난방비 지원 예산을 자신들이 따냈다고 '공치사'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비방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8일 정의당의 효도예산 617억 증액 현수막에 대해 "선거 승리에 혈안이 돼 국민을 현혹하려는 정의당의 자기모순 정치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의 노력과 성과를 가로채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고 비판 논평을 냈다. 정의당 의원들이 예산안 본회의 처리당시에 반대표를 행사했으면서 예산안에 포함된 경로당 난방비 예산을 자신들의 공인양 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은 예산안 심의 기조 등을 통해 )정부에서 삭감한 경로당 냉난방비와 누리과정 예산 등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서민복지예산은 반드시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노력했다"며 반박했다. 본회의 반대표 행사에 대해서는 예산안 졸속 심의에 대한 반대의사였지 난방비 예산안에 반대를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성과'라고 주장하는 경로당 난방비 예산은 정부가 0원 편성하면 국회가 매번 증액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업이다. 매년 국회가 예산 심사에서 증액했다고 생색내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왜 경로당 난방비 예산은 정부 편성 예산에 빠지고 국회 예산에 포함됐을까? 그것은 이 예산이 사실 법을 위반한 예산이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 9조6항은 민간 지원 보조사업에 대해 특별교부세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복지재원 낭비 등을 우려해 법으로 민간 보조사업에 예산을 집행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다.


실제 법제처는 2014년에 이 문제와 관련해 법령해석을 통해 "경로당 난방비를 특별교부세로 교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이같은 법에 따라 매해 정부는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는 다시 이에 대해 부대의견을 통해 법령을 무시하고 매년 예산을 증액했다.


국회가 심사한 내년 예산안 부대의견에는 경로당 난방비와 관련해 '제9조제6항의 사유를 이유로 특별교부세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법과 상관없이 지급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법의 명시적 규정과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있지만 국회가 정부에 법규를 무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금지한 법도 19대 국회에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별교부세의 민간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지방교부세법은 박성효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다. 국회가 경로당에 난방비를 지급할 수 지원할 수 없도록 법을 만들고, 국회가 법을 지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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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올해와 유사한 예산심의 과정을 거쳤다. 예산안이 통과된 뒤에는 여야간에 난방비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며 저마다 '효도정당'을 자처하는 일들도 똑같이 펼쳐졌다.


정상적이라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물론 지방교부세법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경로당 난방비를 예산에 반영해 편성할 경우 국회는 '생색'을 내기 어렵게 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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